鵲巢日記 18年 08月 16日-2 > 편지·일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편지·일기

  • HOME
  • 창작의 향기
  • 편지·일기

☞ 舊. 편지/일기    ♨ 맞춤법검사기

  

▷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鵲巢日記 18年 08月 16日-2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9회 작성일 18-08-16 22:43

본문

鵲巢日記 180816

 

     論語 八佾 14

     子曰 周監於二代, 郁郁乎文哉! 吾從周

 

 

     공자께서 이르시길 주나라는 두 왕조를 거울람 삼았다. 성하구나 성하구나 문화여 나는 주나라를 따르겠다.

 

     삼년무개어부지도三年無改於父之道.

     삼년상을 지내는 동안 부친이 가시던 길을 바꾸지 않는다.

 

     욱욱호문재郁郁乎文哉 은 성하다 향기롭다

 

 

일회용 봄 / 이규리

 

 

 

 

     아물 때까지만 너의 이야기

 

     일회용 밴드를 떼자 치사한 어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기적인 상처

 

     자세가 좀 바뀌었지만

     제 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쓸쓸하단 말은 자유롭다는 말로 대신하기에 좋았다

 

     흐,

     고무풍선을 불 때도 뭐 우린 놓치는 걸 포함하니까

 

     -어디서 다시 만나더라도 네가 날 피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 말은 밴드를 붙였다 떼는 일처럼 가볍게 들렸다

     이기적인 밴드

 

     그래도 나는 계속 피할 것이므로

 

     밴드 이후는 비교적 조용했다

     우린 불행을 더 잘 믿었고

     돌이켜보면 할 말이 많았던 때가, 제일 슬펐던 때였다

 

     몇 개의 그늘이 저물며 지나가고

     어떤 경우라도 잘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진물로 꾸덕꾸덕해진 모서리가 몇 차례 피부를 그었던 기억도

     피해 갔다

 

     그때마다 밴드가 덮어주었으므로

     너는 너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차창으로 온 4월의 눈발처럼

     미움도 야위어 가는 날

 

     죽었던 봄, 일회용 봄이 저기 또

 

 

 

鵲巢感想文

     얼마 전에 일입니다. 환경부에서 일회용품 사용 규제안을 내놓고 어기면 과태료를 매기니 연기니 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카페를 하다 보니 좀 민감하게 들었습니다만 일회용품을 전혀 쓰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업계의 말입니다. 그러나 카페 내에서만이라도 일회용품을 자제하자는 말이겠죠. 한날 일회용품이었던 빨대가 거북이 코에 끼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요. ! 할 말이 안 나옵디다. 이러한 것을 보면 규제뿐만 아니라 생산 자체를 금하는 것이 맞겠죠. 일회용품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고 또 영향이 있는지 분명한 실태조사가 먼저 있어야겠지요.

 

     詩人 이규리 님 를 봅시다. 전에 詩人비유법을 읽고 감상한 적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가슴 서늘하게 읽었던 적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시제가 일회용 봄입니다. 뒤에 봄이라는 글자에 생각을 좀 담아야겠습니다. 봄인지 본다는 동사의 축약형인 봄을 말한 건지 말이에요. 다른 장르라면 그냥 봄이라 허심탄회하게 보겠습니다만, 에서는 무엇이든지 다르게 돌려 보는 습관을 가져야겠지요. 아물 때까지만 너의 이야기, 아문다는 것에서 굳은 세계관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신은 아물겠지만, 아물고 나면 나는 버려지겠지요. 그러니까 아물 때까지 나의 이야기는 너의 이야기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일회용이며 밴드며 빨대죠.

 

     일회용 밴드를 떼자 치사한 어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한 행 건너뛰고 이기적인 상처라고 합니다. 상처가 어떤 事故로 생긴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앞에 이기적이라는 말에 어떤 결과물입니다.

 

     자세가 좀 바뀌었지만 / 제 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 쓸쓸하단 말은 자유롭다는 말로 대신하기에 좋았다. 자세가 바뀌었다는 말은 주객이 바뀌었다는 말과 같습니다. 상처를 보듬은 밴드죠. 그러니까 원래 주인은 제 자리로 돌아온 셈인데 이건 버려진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제 역할은 이미 끝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쓸쓸합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역할이 없으니 자유로운 것과 마찬가지죠. 가령 시를 쓰겠다고 시집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시집 한 권 들여다보고 어떤 결과를 도출한 다음은 두 번 다시 거들떠보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흐, / 고무풍선을 불 때도 뭐 우린 놓치는 걸 포함하니까 / -어디서 다시 만나더라도 네가 날 피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고무풍선을 분다고 모든 공기가 풍선 안에 들어가지는 않듯이 그 놓친 공기도 포함하는 것은 全能함을 묘사한 것에 불과합니다. 어디서 다시 만나더라도 네가 날 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 너 없이는 숨 쉴 수 없고 너를 피한다는 것은 곧 죽음이니까! 공기처럼 가볍지만 공기가 없으면 우리는 죽음만 있듯이, 그러나 밴드를 붙였다 떼는 일처럼 가볍게 대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행위입니다. 이기적인 상처를 겪고 이기적인 밴드를 붙이는 일 말고는 전적으로 시의 힘을 모르고 지내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도 나는 계속 피할 것이므로, 나의 전능한 신, 시는 어쩜 이리도 피하시기만 하십니까?

 

     밴드 이후는 비교적 조용했습니다. 그것이 잠깐은 치유라고 생각하겠지요. 읽지 않으면 불행뿐이었으며 돌이켜보면 할 말이 많았던 때가 제일 슬펐습니다. 시적 교감입니다.

 

     몇 개의 그늘이 저물며 지나가고 그림자와 같은 표현이 지나가고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의 길입니다. 상처는 진물로 시작해서 하얀 세계를 긁은 마음처럼 기억은 피할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때마다 밴드(일회용)가 덮어주었으므로 형님은 저를 알지만, 저는 형님을 모르는 것입니다.

 

     차창으로 온 4월의 눈발처럼 희고 녹기 쉽고 죽음도 어렵지 않은 날, 미움도 야위어 갑니다.

     죽었던 봄, 더디어 죽음을 맞이하였건만 아! 저기 또 일회용 봄을 펼쳐 들고 있습니다.

     아지랑이처럼 하늘 가득 매웁니다.

 

     금시 또 죽고 말겠지만, 일회용 빨대처럼

 

=============================

     이규리 1955년 경북 문경에서 출생 1994년 현대시학 등단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270건 10 페이지
편지·일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000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 08-03
3999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8-02
3998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 08-01
3997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 07-31
3996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 07-30
3995 콜키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 07-30
3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7-28
3993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0 07-27
399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0 07-26
3991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7-26
399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 07-25
3989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 07-25
398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 07-24
3987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 07-24
3986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 07-23
398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 07-22
398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 07-22
398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 07-21
3982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1 07-21
398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 07-21
398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 07-20
3979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 07-20
397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 07-19
3977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 07-19
397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 07-19
3975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0 07-18
397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 07-18
3973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 07-17
397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 07-14
3971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 07-1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