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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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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소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회 작성일 18-08-24 10:24

본문

`

 

                                         대화11



(아직 초록 지붕을 이룬 참나무 아래

널다란 피크닉 담요를 깔아놓고)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싱싱한 사이가 됐을까요

더 하얗게 길게 내미는 스커트

웨딩드레스 같이


유기견도 산으로 가면 들개가 되지요

우리는 물어보지 않아도

담요를 덮어주는 친한 사이잖아

그렇지 않아 자기야

그럼요 방귀까지 넣어서요


그때 참 좋았어 그럴 날을 함께 할 수 있을까

물론이죠 따로 따로


나한테는 더 이상 봄이 오지 않을 꺼야

물론이죠 여자에게 봄은 한 번이죠

가만 가만 듣자들자 하니까 물론이죠로

아주 물고문을 하는

완전 분위기 작살이네

좀 협력해줘라 인간아

가만히 듣자하니 요즘은 인간을 많이 등장 시키시네요

그 XX가 되고 싶어지는 계절이 왔는데요


털갈이도 하구요

오라 이제는 본색을 드러내는군 이 짐승이

근데 자기는 무슨 짐승이야

늑대인가 보죠 혼자가 좋은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오래된 사람이 됐을까요

오래됐다 오해하는 사람일 뿐일까요

엄지 발가락으로 시간을 재시는지

엄지 발톱에 라일락이 피어 있다

4월의 잔인한 달을 떠돌리는 걸로 봐서

오해가 아닌 것 같기도 한 이 진실

까닥까닥 오후가 넘어간다


얼굴 다이어트가 잘 되나 보네요

언제쯤 반성하고 사죄할지 궁금해 죽겠네

쉬지 않고 끓어대는 거울 속에

무엇을 던져넣고 있었을까 뻘건 아침이건 밤이건

별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다

그것은 곧 사라져 버리기에

짧은글들은 일상적으로 읽히지 않는다


3일 동안 게임은 스릴러 영화였지

어떻게 사람이 감정 싹 지우고 사는지 신기했어

완전 피서지였다니까

오싹오싹한 전기톱과 시퍼런 도끼까지 있었잖아

아 마요네즈 메추리알

포크에 콕 찍어 먹어 볼 수도 있었는데 말이지

농협 하나로 마트에 몇 판 더 시켜야겠어

아 동글동글 동그랑뗑처럼 조그만 노른자

내가 불편해야 할 이유가 없지만

왜 이리 아닌지 도데체 네요


행복이란 이렇게 고요한 거야


흰색 껍질에 검은 보조 껍질은 무슨 패션인지요

완전 사족 패션인가요

이 인간은 끝까지 뱀 타령이야

아 오줌쟁이가 있긴 있었지요

내 눈동자가 내 의지에 자꾸 저항을 해서요

거실 텐트를 치고 사는 거랑 같아

유치원 꼬마들 손잡이 달린 밧줄 같은 건가요

저를 위한 팬서비스에 감사드리고 싶군요


그럭저럭 친해지는 것 같은데

왜 제 목덜미를 쏘아 보시는지요

도무지 바뀔 것 같지 않은 빨간 신호등처럼

피덩이가 허파에 가득 고일 시간조차 없었겠지

휙휙이면 그렇지 자기야

오늘밤은 무서워서 문잠그고 자야겠네요

뭐가 그리 만족스러우신지 킥킥킥이 돌아선다


채집병 속에 나비 같이

정신 사납게

정답을 아는 저요 저요

저 멀리 아이들처럼 서 있는 옥수수들


(대화01에서 대화11까지 힘 한 줌 쓰지 않고

생각해낸 기묘하지만 전혀 기묘하지 않는 표현들

알 수 없는 암시를 은밀히 꺼내본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말들을 쑥쑥 꺼내주시는

분위기가 있는 저 주둥이

동화책의 인어 공주는 벙어리였지만

현실 속에 인어공주는 완전 떠벌이신지

혓끝에 맴돌던 말을 구체화 시켜주시는 구세주시다)




`

숲과 하늘이 만나는 산마루

선선한 기운이 일순간 턱 터지면서

허공에 갑작스런 가을을 예고한다

참나무 가지가 감지한 도톨이 한 알

산새들도 잠잠했는데 가만히 고여드는 밤

별들이 만든 서늘한 지도를 따라

어둠 속에서 계획을 세웠던 것인지

그때와 멀지 않게 닮아 있다


젊은 시절을 껴입은 계곡과 저 너머

산등성이에 어제와 오늘 사이

축축했던 공기알을 깨물며 건조해졌다

이 날이 그 날과 같다

언제까지나 그 날로 기억될 인생의 한 절기

여름이 어디선가 끝나야 한다면

숲길 옆에 달린

내 손등에 닿는 여인의 손길이 낙엽처럼 덮는 곳

푸르름을 벗었다가고

우리는 기억의 힘으로 다시 입힐 수 있다

손등과 손등을 부비던 각각의 작은 모험이

저마다 마지막을 향해 있음을 알기에

조용히 무성한 가을이 지나가도록

기억은 곁에 이미지를 그림자처럼 달고 산다

이 밤도

저 달빛 아래 추억을 누인다

서커스 공중그네 소녀처럼

단정하고 졸린 눈으로 나를 본다

(썩기 쉬운 상품에

방부제가 침투하듯이)


자본주의의 최첨단 아메리카 할리우드

합법적인 신분차별의 인디아 발리우드

공산주의의 긴 쇠사슬 차이나 찰리우드

모두들 꿈을 제조하는 공장을 가졌다

이상하지 않는가?


여기 문학 속에 살아남겠죠

최소한 한 작자의 삶 속에서는 말이죠

분위기 완전 부대찌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처리하라구

나는 그림이나 그릴테니

자기는 저리 꺼져버려

괜힌 머리만 싱숭생숭 해졌잖아

네 공주님

아 흥

손톱 깍기는 어디서 농땡이를 부리고 있는 거야

하나도 겁 안나거든

그 손가락 때나 잘라내시지

얼른 꺼져 버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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