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8年 09月 13日 > 편지·일기

鵲巢日記 18年 09月 13日

     오전은 꽤 흐리다가 오후는 비가 간혹 내렸다.

     이제 나의 행보가 뚜렷해지고 있다. 아침에 편의점 들러 삼각김밥을 사서 조감도에 출근했다. 고양이 감순이에게 먹이를 주며 아까 샀던 삼각김밥을 먹었다. 바깥에 나와 앉아 먹고 있는데 옆집 콩누리 사장 출근하는 모습을 본다. 구태여 차창을 내리며 손을 젓는다. 나는 인사했다. 삼각김밥을 다 먹은 후, 콩누리 사장께 커피 한 잔 내려서 가져다 드렸다.

     오전 신문을 읽고 직원 출근하는 모습을 보았다. 직원 仁은 여행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는 듯했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섬 몇 개 더 얘기했다. 마라도와 우도, 대마도까지 그러니까 나는 낚시가 생각났다. 취미로 낚시를 즐기는 사람의 얘기를 들은 적 있다. 대마도로 향하는 낚시는 꽤 비용이 든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족히 간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까 한 달 최소 취미로 쓰는 비용이 1, 2백만 원은 된다는 얘기다. 이에 비하면 나는 한 달 고작 30만 원 내외다. 모두 책값이다. 정말 나는 취미로 책과 글을 잘했다 싶다. 커피는 그 이상의 취미는 불가하다.

     오전 대구 곽병원에 커피 배송 다녀왔다. 곽 병원까지 가는 거리는 제법 되어서 많은 인내력을 요구한다. 대구 중심부로 들어가는 길은 복잡하고 미묘하다. 운전은 꽤 피곤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곳까지 배송 나가는 일은 여행이나 다름없다. 많은 것을 생각한다. 현장에 들러 커피를 내리고 기계를 관리하고 청소하고 점장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인사하며 나온다. 다시 경산 들어가는 길, 그 혼잡한 거리를 지나간다.

     점심을 집 앞에 ‘고미정’에서 먹었다. 오늘은 청국장을 주문해서 먹었다. 밥이 참 맛있다. 무엇보다 반찬이 여럿이라 좋고 오늘도 물고기 한 마리 나왔다. 청국장 맛은 깊고 은은했다. 사실 너무 뜨거워서 호호 불며 먹었는데 이 작은 행복이야 말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지경이다. 점심을 먹고 계산할 때였다. 아주머니는 감사하다는 말씀을 주셨다. 사실 감사한 것은 나였다. 혼자 이리 와서 앉아 밥을 먹어도 젊은 날 어머님처럼 아주머니는 따뜻하게 상 차려 주었으니까! 누가 이리 상을 차려 주겠는가! 정말 감사하게 먹었다.

     論語 里仁 13章

     子曰 能以禮讓爲國乎? 何有? 不能以禮讓爲國, 如禮何?

     공자께서 이르시길 예와 겸양으로써 능히 국가를 위한다면 무슨 일 있겠습니까? 예와 겸양으로써 능히 국가를 위하지 않으니 예는 있어 뭐합니까?

     오후에 포항에서 주문받은 커피를 택배 보냈다. 아래 주문했던 생두가 들어왔다. 영대 앞 사진관에 들러 증명사진을 찍었다. 예전 같으면 며칠 지나야 찾을 수 있었다만, 몇 분 있자 금시 인화가 되었던지 사진을 받아 나왔다. 곧장 시청에 갔다. 여권 신청을 했다. M-주식 관련 일로 서류 작성을 위한 절차였다. 해외 나갈 일 있겠는가마는 여권은 참 생소하다. 시 공무원 담당자는 나에게 물었다. 여권을 처음 만드세요? 네. 다음 주 화요일 찾으러 오라고 한다.

     대구한의대 한학*에 커피 배송했다.

     기획사에 다녀왔다. 지난번 부탁한 원고가 재본이 되었다. 책을 찾았다.

     어제 옥션을 통해 주문했던 반찬이 왔다. 저녁을 먹는데 반찬이 꽤 맛있다. 참 놀라운 일이다. 어쩌면 그간 고민이었던 식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아주 큰 문제였다. 정말 손쉬운 세상이라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영화 한 프로 내려받아 보았다. 제목은 델마, 뇌전증 환자 얘기다. 뇌전증(腦電症)은 경련을 일으키고 의식 장애를 일으키는 발작 증상을 나타내는 병이다. 유전적인 경우도 있으나 외상(外傷), 뇌종양 따위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영화 내용은 병증 증세뿐만 아니라 어떤 초능력적인 내용을 담는다.

     최근 몇 달 상간에 카페는 최저 매출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