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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날들의 행운에 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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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7회 작성일 18-10-12 08:53

본문

삶은 내가 너럭바위처럼 크고 단단해 보이는지,

다시 내 몸에 깊은 낙서를 했다.

사장 언니는 펄펄 끓는 물에 삶은 골뱅이를 냉수가

흐르는 개수대로 가져 가고 있었고

나는 무엇인가를 꺼내려고 냉장고로 가고 있었다.

우리는 부딪혔고, 뭔가 뜨뜻한 물기가 내 팔을 덮쳤다.

처음엔 뜨겁다는 감각 보다 뇌가 먼저 작동 했다.

흉이 생길거라는,

긴 팔 옷 소매 위로 바닥 청소를 하려고 받아 둔

물을 한 바가지 끼얹자 비로소 화들짝 뜨거움이

남긴 통증이 깨어났다. 호들갑을 떨면 사장이 미안해질

까봐 그냥 가만히 소매를 걷어 올리고 흐르는

수돗물에 따가움을 씻어 내었다. 뒷날 대학병원

구내 식당에 일을 하러 가야 했기 때문에 환부 위로

고무장갑을 끼고 토시를 끼면 상처가 덧날 것 같아서

동네 병원에 들러서 간단한 치료를 받았다. 물집이

터지면 흉터가 생길거라는 것에 관해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팔에 벌레가 서너마리

기어다니는 것 같은 상처를 살아서 남은 날 동안

보아야 하는 것에 대한 가엾은 느낌이고, 또 하나는

죽으면 썩을 몸인데 더 늙어서 주름지면 고운 것이

뭐가 있을까하는 자위였다. 그러나 내과의라서

붕대를 잘 못감는다는 동네 의원이 시멘트를

바르듯 약을 도포하고 무우에 싸놓은 시문지처럼

붕대로 둘둘 말아준 팔이 옷 소매 속으로 다시

돌아오자, 왠지 깊이 패인 칼자국을 싸맨 장수처럼

마음이 여물어지는 것 같았다. 뭐든지 더 하지 않아서

감사할 일이다. 아들이 내가 넣은 적금의 한도 안에서

사고 쳐줘서 감사 했듯,  내 팔 또한 2도 화상에 그쳐

주어서 감사 한 것이다. 더 심해서 일도 못하고,

사장에게도 민폐를 끼치게 되었다면 나는 또

지질이도 내 삶을 눈치하게 되었을 것이다.


새로 다니게 된 대학병원 구내 식당은 시급이 구천원 넘는다.

공간지각 개념이 별로 없는 나는 학교의 강당만한 구내 식당이

몇 평이나 되는지 어림할 수 없다. 다 모아 보면 그곳의 반을

차지 할 것 같은 식탁을 닦고, 대걸레로 바닥을 닦고, 국을 퍼주고

설겆이를 돕는 일이 나의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칭칭 감은 붕대와

토시와 고무장갑 안에서 나의 물집들은 단단하게 지어졌던지

아침에 붕대를 풀어보니 모두 안녕한 것 같았다. 압박 붕대에 꽉 눌린

환부가 거무죽죽하게 변한 살갗으로 기지개를 켜는듯 했다. 내 키보다

막대기가 더 긴 대걸레를 들고 노를 젓듯 강당 크기의 식당 바닥을 닦았는데

터지지 않고, 도포한 연고 때문에 그대로 무너져 가는 것 같기도 했다.

팔이 떨어져 나가지 않아서 나는 행운인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

대부분의 나날들은 행운인 것이다.  며칠전에는 양아치처럼 생긴

사내들이 500시시 호프잔으로 머리를 쫓아서 한 녀석이 의식을 잃고

피를  한 데야나 호프집 바닥에 쏟아놓고 119차를 타고 가버렸다. 사장과

나는 물수건과 테이블 냅킨으로 쓰레기 봉투가 가득차도록 피를

닦아내며 11년 동안 그녀가 누려온 행운과 내가 6개월 동안 누린

행운에 대해 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히 일어난 불행이

대부분의 날에는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행운과 불운, 둘 중의 하나로

말해야 한다면, 사내가 의식을 잃고 쏟은 피가 한 데야인 날에 비하면

손님들이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가는(스키다시로 나간 삶은 달걀을

세번 네번 추가 시키는 일마저) 날은, 너무 흔한 코스모스 축제의 코스

모스 한 송이 송이 같은 날들인 것이다. 살면서 어머니 된 자들은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까닭인지 모르지만

500시시 호프잔이 박살 가루가 나도록 머리를 가격 당한 사내가

내 아들이 아닌 것은 분명 신의 가호인 것이다.


아 출근해야 한다.  또 하루치의 행운을 즐기러 가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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