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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시의 이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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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2회 작성일 18-11-24 23:13

본문

난 오늘 술을 마시면 않된다.

항생제를 먹었고, 진통제와 위를 보호하는 약도 먹었다

상처가 좀처럼 낫지 않는다.

그런데 남편이 그의 누나와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얼마전 밤 열두시가 넘어서 엉엉 울면서 전화를 했던

작은 아들처럼 울었다.

나는 원래 잘 찢어지는 종이 가슴이 또 짖어져서

그보다 더 크게 엉엉 통곡을 했다.

내 몸은 아픔을 가두는 감옥이다

어깨도 팔목도 고관절도 마음이라는 마음 죄다 아프다

산 것들과 인연이 생기면 모두 고유한 그만의 방을 짓는다

금눈이라 이름 지은 고양이는 그만의 방을 내게서 가지고

어느날 애꾸눈이 되어 바구니 속에서 잠만 자면,

그를 위한 내 마음의 방에는 담배 연기 같은 것이 자욱한 것이다.

왜 우리집 고양이들은 명이 짧은가?

그것은 우리가 돈이 없기 때문일까?

한 쪽 눈이 아플때 병원에 데리고 가면 살텐데

결국 두쪽 눈이 다 아프고 죽는다

죽을 때마다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새가 비상하는 꿈을 꾼다

그래 여기보다 더 나은 곳인지도 모르지,


시에 대한 욕심이 꺽일 때마다 진정 나는 시가 되어간다는 생각을 한다

연말이나 연초는 시에 대한 욕심을 부추긴다

시모임에도 참석하고 싶고 벽두의 신춘문예는 투고도 하지 않는 나에게

몇 일의 고배를 마시게 한다.

그러나 나는 시모임 같은데 가지 않고

투고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 시를 지키는 길이라 믿는다

다 모두에게 주어진 시가 있다

하필이면 내게 주어진 그 시가 스치로폴 박스처럼 뜰수도 있고

황금궤짝처럼 재수 없게도 깊이 가라 앉을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무엇이 되건 자신에게 주어진 시에 정직해야 하는 것이다.


오전반에 빨리 출근하는 날에늕 전기 보일러가 뜨겁게 달궈놓은

휴게실 바닥에 웅크려 눕는다.  병든 새처럼 눕는다

아파서 기지개도 켤수 없는 두 팔이 내가 새라는 확신을 준다

위를 바라보아도 하늘이 보이는 창이 없다

내가 없어도 짱짱한 하늘은 하늘이 아니거나

나랑 상관 없는 일이지 내가 새가 아닌 것은 아니다

새장을 사랑하는 새는 어쩔수가 없는 것이다

하필이면 누군가의 늑골에 둥지를 틀어버렸다면

하늘 같은 추운 곳엔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 꿈도 없는 것이다


나는 내 얼굴보다 오전반과 오후반 홀 바닥을 더 자주, 더 깨끗이 닦는다

사실 나는 아침에 세수를 하지 않고 출근하는 날이 많다

밤에 마신 술에 깨지 못하고,

아침에 그냥 출근한다. 그렇지만

내게 주어진 바닥들은 밥 티끌 하나 떨어지지 않게 닦는다

밀대가 지나간 자리의 얇은 물기가 나의 시다

행주가 지나간 자리의 참한 기운이 나의 시다

누군가 기분이 찝찝하지 않고

누군가 믿고 그기 떨어진 음식을 집어 먹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제공한 투명 때문에 그에게 불유쾌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혁혁하게 그를 기분 좋게 하겠는가

그가 느낄 수 없는 것이 나의 은유다.

도무지 엉뚱한 말만 늘어놓는 고수의 시처럼 말이다.

낙엽을 말하며 고독, 쓸쓸함이 나오면 표창장 받는 미화원 아줌마처럼

촌스러운 것이다. 나는 그렇게 배웠다

엄마의 잔소리는 콩나물 시루에 주는 물이다 같은 것을 시라고 믿는다

어느날 문득 손님이 나가고 없는 빈 탁자를 땀 흘리며 닦는 나를 발견하고

수저를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은 또한 그의 시가 될 것이다.

외롭다, 시가 그렇다

보고 싶다, 시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 보고 싶다

술잔 부딪히며 말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아직 멀었다

그를 보자마자 울것이다.

친정 오라비나 언니를 이국에서 만난것처럼

황당할 만큼 울 것이다.

난 여기 시의 이국에서 건재하다

살아 있다. 살아 남아 있다

엉엉 울고 있다면 그것은 더욱더

빼도 박도 못할 생존의 증거다.

아무리 초라하고 병신 같아도

나는 나의 시를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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