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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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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문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12회 작성일 17-08-1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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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의 날 (Promise's Day)                                                   

 

                           - (문해) 문씨아저씨 -

 

 

옛날 어느 작은 마을에 아리와 다리가 살았다.

두 사람은 아주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다시피해서 그 누구보다도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비록 아리는 남자였고 다리는 여자였지만 둘은 친구이상의 감정을 서로에게 보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진심은 달랐다. 아리도 다리도 이성으로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이다. 한 순간에 눈에 불이 붙어 좋아한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서로를 믿었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향한 관심과 애정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둘은 그 마음을 서로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그 곳에 서로의 손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손을 먼저 뻗으려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남자인 아리가 드디어 용기를 냈다.

혹시 거절을 당하더라도 내 진심을 전하자.’

마음을 다잡고 나무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는 다리에게 다가갔다. 심장이 두근두근 마구 뛰고 있었다. 다리가 친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밀려오자 갑자기 온몸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어젯밤 내내 적은 쪽지를 다리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본 다리가,

아리야. 그게 뭐야?”

그러자 얼굴이 점점 붉게 물들어가던 아리가 퉁명스럽게,

다리야. 그냥 집에 가서 펼쳐봐. 어서 받아.”

쪽지를 받자 후다다닥 달아나는 아리를 보며 다리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집에 도착한 다리는 윗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뭔가를 꺼내더니 펼쳤다.

 

-다리야.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솔직히 내 마음을 고백할게.

난 오래전부터 다리 너를 좋아했었어. 그 동안 말은 안했지만 혼자 많은 고민을 했었어. 이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그리고 내 마음을 알게 되면 다리 네가 어떻게 나올까... 이런저런 걱정을 했었는데 이제는 말해야겠어. 너를 향한 그 마음이 너무 커져서 나 스스로 통제할 수가 없게 된 거야.

그래서 말인데 나랑 한 가지 약속을 했으면 좋겠어.

모래 느티나무 아래서 만나자.

무조건 오라는 것은 아냐. 네가 나를 친구가 아닌 연인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면 와주길 바래. 그러나 만약 나를 친구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오지 않아도 좋아. 만약 너의 마음이 그렇다면 난 내 마음을 깨끗이 정리할게. 결코 너를 원망하지도 않을 거니까 네 마음이 시키는 대로 결정하길 바라. 나 또한 모래까지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볼 테니까.

직접 만나서 말하고 싶지만 도저히 네 눈을 보고 말할 자신이 없어. 부끄럽기도 하고 너의 반응이 두렵기도 하고…….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어.

올지 안 올지 모르겠지만 만약 온다면 앞으로 서로에게 지킬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서 서로 교환했으면 좋겠어. 연인이 되는 증거로 말이야.

많이 당황스럽겠지만 부디 곰곰이 생각해 주길 바란다.

-다리의 오래된 친구 아리가-

 

편지를 다 읽은 다리는 말없이 편지를 품에 안았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는 듯이. 그리고는 편지지 한 장을 꺼내더니 깊은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다음날 아리는 아버지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 길을 떠나고 있었다. 대장장이인 아버지가 만든 농기구를 들고 옆 마을에 주문을 했던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발을 옮기고 있었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고 가끔 아버지를 대신해 이곳저곳 많이 다닌 터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눈이 덮인 들판을 지나 옆 마을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주문을 한 사람은 할아버지였는데 그 할아버지가 심부름을 왔어도 손님은 손님이라며 기어코 음식을 먹고 가라고 붙들었다. 하기야 혼자 사는 할아버지는 사람이 그리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아리는 못이기는 척 음식을 먹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아리가 막 일어서려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일상사를 마구 쏟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자리에 앉은 아리는 뭐라 말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지만 한 번 열린 입이 좀처럼 쉬려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어느새 주변에 어둠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었다. 아리는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죄송한 말씀인데요. 지금 시간이 늦어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자 그 할아버지가,

에구, 이 늙은이가 속없이 종알거리기만 했네. 미안하네. 그런데 오늘은 늦었으니 여기서 자고가도 좋을 텐데……. 오랜만에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자네 같은 사람을 만나서 기분이 좋구먼. 허허허.”

그러자 아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죄송합니다. 내일 중요한 약속이 있거든요. 약간 어둡긴 하지만 한두 번 와본 길도 아니고 그리 멀지도 않으니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마중해 주는 할아버지를 뒤로하고 아리는 돌아섰다.

그 순간 찬바람이 아리의 옷을 훔치려 힘껏 부딪쳤다. 아리는 옷을 지키려 옷깃을 여미며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내일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약속인데……. 어서 가자. 더 어두워지기 전에.”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강을 건넜고 눈에 쌓인 밭을 지나 다리도 건넜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희미하게 마을로 가는 마지막 언덕이 보였다.

거의 다 왔군.”

세상이 온통 암흑 같았다. 누군가 검은 물감을 뿌려놓은 듯 눈앞의 몇 걸음 앞만 희미하게 보일 뿐 정말 컴컴했다. 달빛도 없었고 별빛도 없었다. 하늘에 구름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아리가 막 언덕을 오르고 있을 때였다.

푸드득 푸드득

언덕 풀숲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아리가 온몸을 움츠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 때였다.

와다다닥

어둠 속에서 뭔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이렇게 소리쳤다.

야아옹!”

깜짝 놀란 아리는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곧 고양이임을 알게 되었지만 아리의 몸은 언덕 아래로 구르고 있었다. 아리의 고함이 허공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으악!”

 

한편 다리는 기분이 좋아서 눈밭에 누워보기도 하고 뒹굴기도 하며 강아지 또또와 장난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어머니가,

너 감기 든다. 어서 들어와.”

그랬다. 다리는 몸이 약했다. 감기에 잘 걸리는 몸이라 항상 감기를 달고 다녔다. 하지만 다리는 멈출 수가 없었다. 아리와 내일 만날 것을 생각하면 온몸에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와서 어떻게든 그 열기를 식히고 싶었다. 그 행복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다리는 눈밭에서 아이마냥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밤.

아니나 다를까. 다리의 마음과는 달리 몸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다리는 거친 숨을 쉬면서 어머니에게,

콜록 콜록. 어머니. 내일 꼭 일찍 깨워 주세요.”

그 말을 남기고 눈을 감고 있었다.

다리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 잠이 든 사이 부모님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옆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보. 우리 다리가 열이 너무 심해요. 불덩이 같다고요. 만져 보세요.”

다리의 이마를 만지던 아버지가,

. 의사 선생님을 모시고 와야 할 것 같은데...”

그러자 한숨을 내쉬던 어머니가,

지금 이 시간에 그 먼 곳까지 어떻게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