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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물방울 유태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177회 작성일 17-08-16 07:15

본문

 

 

유 태 경

 

소는 집안에서 제일 듬직한 가족과도 같은 동물이다. 농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재산이며 일꾼이기에 소는 한 가족의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동물이다. 고기를 위해 소를 키우는 지금, 소가 얼마나 소중한 동물인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리라. 연세가 70이 넘고 직접 농촌에서 소와 이야기하며 농사일을 했던 농부들만이 소가 어떠한 동물인지 알고 계시리라.

 

소가 있는 집은 부자였다. 우리 집에는 소가 없었다. 소가 필요하면 아버지는 이웃집 소를 빌려왔다. 어린 나이였지만 나는 소가 있는 집이 부러웠다. 우리 집에 소 한 마리 생기는 것이 소원이었다. 우리 집에는 왜 소가 없냐며 부모님을 졸라 가슴 아프게 해 드렸던 기억이 난다.

 

옆집에는 아버지의 당숙(堂叔)이신 내가 미워하는 부자(富者) 할아버지가 사셨다. 해마다 5~6월 보릿고개가 다가오면 할아버지에게 장리(長利) 쌀을 얻는 아버지를 보았다. 쌀 한 가마를 빌리면 2~3개월 후 가을 추수 때 한 가마의 반이 되는 이자를 더하여 한 가마 반을 갚아야 하는 것이 장리(長利) 쌀이다.

 

자식들을 굶기지 않으려고 보릿고개를 넘나들며 허덕이는 부모 밑에서 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친척 간에 장리 쌀 주고받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어 할아버지를 미워하기도 했다.

 

소는 풀을 먹고 자라기에 키우는데 돈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고심 끝에 장리를 좋아하는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암송아지 한 마리만 사주시면 열심히 키워서 송아지를 낳으면 어미 소는 할아버지 드리겠으니 낳은 송아지만 나에게 달라고 졸랐다.

 

외양간을 짓고 송아지가 우리 집에 들어오는 날, 송아지와 나는 외양간에서 첫 밤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할아버지의 소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절대 말하지 말 것을 굳게 약속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선생님께도 자랑했다. 집에 와서는 집집이 찾아다니며 우리도 부자라며 소를 샀다고 자랑했다.

 

그 후, 자는 시간과 학교 시간 외에는 송아지와 지냈다. 밖에 끌고 나가 풀을 뜯어 먹게 하여 항시 배가 부르도록 정성을 다해 키웠다.

 

어느덧 나는 5학년이 되었고 소는 무럭무럭 자랐다. 소에게 일찍 일을 가르치려고 멍에를 목에 올려 끌개에 올라앉아 온 동내를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끌고 다니게 하며 일을 가르쳤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로부터 쟁기질, 써레질 등을 배워 소와 함께 이야기하며 일했다.

 

농사일에 소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선 일 년 내내 외양간에서 소가 똥오줌 싸 짓이겨 놓은 퇴비를 논으로 실어 나른다. 씨 뿌리기 전 밭이나 논에 못자리할 수 있도록 쟁기로 갈고 써레질도 한다. 볍씨가 싹이 트고 무럭무럭 자라 모심을 때가 되면 또 논 갈고 써레질해준다. 모를 심으면 다음은 밭농사다. , , 고구마 감자, 참외 등 밭에서 나는 곡식 모두는 소가 갈아 주어야 농부가 경작할 수 있다.

 

아지랑이 아물아물 봄철이 지나가고 종달새와 매미들이 합창하는 뜨거운 여름이 되어도 소는 쉬는 날이 없다. 장날이면 달구지로 물건도 나른다. 밭 갈고, 품앗이 다니며 보리 베어놓으면 보릿단도 나른다. 풍성한 가을이 되어 추수할 때면 논으로 밭으로 소는 쇠죽 먹을 시간조차 없이 바쁘다. 추수가 끝나면 방앗간에 벼도 날라주고 정미 된 쌀도 실어온다. 내가 나르는 것은 오직 밥그릇에서 내 입안으로 들어오는 밥뿐이다. 추운 겨울이 되어야 집안에 곡식이 쌓이고 소의 겨울 양식인 볏짚도 마당 끝에 쌓여 소도 한가한 겨울을 보낸다.

 

시골에서 소는 은행이기도 하다. 송아지를 낳으면 어미 소를 팔아 환갑잔치, 결혼식, 대학 입학금 등 집안에 큰일을 치렀다.

 

어느 날, 아버지가 할아버지와 함께 소를 어디론가 끌고 갔다. 날이 저물어서야 술도 한잔 하시고 오셨다. 아버지는 좋아하시며 내 등을 두드려 주신다. 소가 남자친구를 만나서 열 달 후면 송아지를 낳을 거라고 한다. 나는 손뼉을 치며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다 멈추고 소에게 달려갔다. 송아지도 좋지만, 열 달 후면 떠나가야 할 우리 소가 불쌍했다. 송아지가 없어도 좋으니 같이 살자고 소의 머리를 끌어 않고 얼굴을 비벼댔다.

 

소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나도 왠지 슬퍼진다. 떠나기가 싫은지 항상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다. 얼마나 소가 불쌍하고 고마운지 내가 먹던 밥도 몰래 주어가며 소 얼굴에 내 얼굴을 비벼대며 장난치고 놀았다. 가지 말았으면 하던 날들이 벌써 몇 개월이 지나갔다.

 

어느 날, 소가 자꾸만 나를 부른다. 가서 보니 아무래도 이상했다. 할아버지는 서둘러 수의사를 불러오셨다.

 

며칠 후다. 학교에 갔다 오니 어머니가 선짓국을 끓였다며 주셨다. 언제 고깃국을 먹어 보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한 그릇을 더 달라고 하여 맛있게 먹었다.

 

우리 소가 몹쓸 병에 걸려 얼마 살지 못하니 그나마 고기라도 팔 수 있기에 면사무소의 허락을 받고 죽기 전에 잡았다는 사실을 그날 저녁에서야 알았다. 나는 정 들었던 소가 가여워 외양간에 달려가 울고 또 울었다.

 

우리 식구는 한 달 동안이나 팔리지 않는 선지만 먹었다. 나는 모르고 먹었던 두 그릇 외에는 선짓국을 먹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소는 태어나면서부터 농작물에 필요한 퇴비(堆肥) 만들어주기를 시작으로 평생 우리를 위해 헌신(獻身)했다. 지금도 어느 식당에서 쇠고기를 구워 소주잔을 기울이며 하루의 회포(懷抱)를 풀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주머니에는 쇠가죽으로 만든 지갑이 들어있을 것이며 허리에는 쇠가죽으로 만든 허리띠를 매고 있을 것이다. 항상 곁에서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소의 고마움도 잊은 채 하루의 회포가 풀리면 기분이 좋아 집에 가려고 또 쇠가죽으로 만든 구두를 신을 것이리라. 내일 아침 태양이 떠오르면 또 쇠고깃국을 먹고 희망의 일터로 향하리라.

 

힌두교를 믿는 인도사람은 소를 신성이 여겨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들었다. 깊은 뜻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그만큼 소를 존중하는 힌두교의 교리가 존경스러워 저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옛날 우리 소가 보고 싶어 컴퓨터를 켜고 소를 찾았다. 늠름하고 믿음직스러운 소를 마냥 쳐다보며 이렇게 오랫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고향산천을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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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시몬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몬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옛날을 생각했슴니다. 우리집에도 소는 있었으니 지은이의 생각에 이르지는 못한 듯합니다.
그러나 모든 글이 몸에 와 닿습니다. 그리 소는 중요한 재산이자 가족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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