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잔다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산에서 잔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지명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0회 작성일 18-01-30 21:49

본문

                                                      

                                                                    산에서 잔다

김지명

 

   산으로 간다. 오솔길 올라갈 때 끼룩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 들고 쳐다보니 겨울 소식 전하려고 줄지어 날아오는 기러기의 속삭임이다. 소슬바람이 넘실거리는 만산홍엽 속으로 접어들었다. 울긋불긋한 단풍은 함께 놀자고 이산 저산에서 손짓한다. 산으로 갈 때는 등산 장비를 철저하게 갖추고 다니는 버릇이 몸에 뱄다. 산에 갈 때는 조난 방지에 대비하여 반드시 산의 색깔과 반대되는 옷을 입어야 한다. 가을 산이라 단풍 색깔이 오색찬란하여 흰색의 잠바를 입고 오솔길 걷는다.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더위도 사라졌으니 부지런히 움직여서 체력을 보강하라는 뜻이다. 억새 군락지를 찾아 하얀 꽃잎모습 보려고 산으로 간다.

  개울 언저리로 걸어갈 때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앞다투어 피었다. 들국화의 향기가 온 산에 풍기지만, 벌 나비가 보이지 않는다. 보기 드문 미국 쑥부쟁이도 이에 뒤질세라 아기자기한 꽃으로 팝콘이 터지듯이 동시다발 피어 방긋이 웃는다. 개울 주변에는 적송과 곰솔 상수리나무 등 다양한 고목들이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자라 숲속에서는 햇빛이 보이지 않아 그늘 속으로 걷는다. 맑은 공기는 산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피로를 줄여준다. 오르막에 오른다고 거친 숨을 몰아쉴 때도 산소가 많아 식식거리더라도 가볍게 오를 수 있다.

  숲이 우거진 계곡으로 걸어가면 산소 음이온이 많아 아주 산뜻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리듬을 연출하는 물소리는 쉴 새 없이 이어지면서 배경음악으로 흩날린다. 사람은 태아 때 충격 완화를 위해 물주머니 속에서 자랐기에 물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싫증나지 않고 음악으로 들린다. 개울에 물소리의 강약은 주위 환경에 따라 다르다. 폭포수는 무서운 소리를 연출하지만, 언저리로 밀려나는 작은 물결은 부드럽게 다가와 벌거벗은 바위를 애무하며 밀애로 속삭인다. 함께하지 못했다고 질투심을 느끼게 하여 연인에게 전화로 음성을 날렸다.

  운문사 골짝에서 흐르는 물은 등산객을 잡아놓고 함께 놀자고 한다. 수다쟁이처럼 다양한 소리로 연출하며 조잘거린다. 개울가에 잠시나마 앉아서 물과 함께 속닥거렸다. 폭포 언저리로 햇빛이 비칠 때 무지개가 시선을 사로잡지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깊은 물속으로 파고들면서 요란한 소리를 낸다. 숲속에서는 산새가 재재거리고 개울물이 졸졸거리는 자연의 소리가 내 심금을 울려준다. 바람에 흩날리는 물안개는 인근 수목의 생명수로 삶에 도움을 준다. 수분이 많은 숲속에는 산소 음이온과 피톤치드가 풍부하여 잠시 머물러도 몸이 가벼워지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산에는 야생 밤과 머루 개암나무에 도토리 같은 열매가 진한 갈색으로 낙하하는 모습도 보인다. 다양한 과일을 보고 그냥 갈 수 없어 감나무에 빨갛게 익은 홍시로 맛본다. 소나무 숲이 적은 응달에는 다래나무와 얼음 나무가 많다. 다래나무에 조롱조롱 매달린 열매는 산새들의 먹이로 대다수 없어졌지만, 얼음 나무 열매는 아직 완전히 익지 않고 한 줄기에 서너 개가 매달렸다. 개중에는 배를 갈라 하얗게 속살이 보여준다. 얼음 나무 열매는 길게 절반으로 갈라져 껍질이 뒤집히듯 두꺼운 껍데기가 열렸다. 열매 속에 크림처럼 하얀 속살에 까만 씨앗이 박혀있다. 이처럼 귀한 열매를 맛보기도 하고 증거를 남기려고 카메라에도 담았다.

  산에는 다양한 약초나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나물이 많이 자란다. 산초나무에 빨갛게 익은 열매가 출산하려고 껍질을 벗은 씨앗이 생쥐 눈알처럼 새까맣게 보인다. 자연산 식품이 많이 자라고 있지만, 어느 것이 약초인지 독초인지 알 수가 없다. 등산 중에 산삼 이파리를 보고도 전문 상식이 없어 손대지 못하고 그냥 스쳐 갈 때도 있었다. 깊은 산에는 볼거리 먹을거리가 진천에 깔렸다. 능선에 올라서니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은 나무가 흔적을 남기려고 다양한 색깔로 희로애락을 알린다. 즐거움이 많았던 이파리는 붉은 색깔로 변했고 슬픔이 많았던 잎은 회색으로 변한 채 다른 색깔을 만들지 못하고 말라버리는 안타까운 삶이다. 게다가 아주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서 있는 소나무에는 솔방울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식물도 번식을 위해 발버둥 치는데 이 시대에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은 후대를 위한 삶이 너무나 희박하다. 후대를 생각한다면 아들 딸 구별 말고 한두 명 출산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삶이 너무나 아쉽다. 미래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을 위한 삶이 흔하게 보인다. 원룸이 성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호시절에 공부할 생각은 완전히 잊고 오로지 등산하는 취미에 빠져들었다. 산악회 회원으로 활동할 때 년 중 52개의 토요일 중 50주는 산에서 잠을 청했다.

  총각 시절엔 산악회에 소속된 회원이라 대원들과 자주 산행했다. 백화점 쇼윈도에 등산한다는 포스터만 내걸면 삽시간에 정원을 채웠다. 한국의 명산은 한 곳도 빠짐없이 함께 다녔다. 산에서 느끼는 감성이 철마다 달라서 같은 산이라도 계절이 바뀌면 다시 오르내렸다. 가을이 저물어갈 때쯤 전국에서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산을 찾아다니며 많은 즐거움을 추억으로 남겼다. 봄이면 철쭉 군락지, 여름이면 폭포가 있는 계곡, 가을이면 단풍이 유명한 산에서 즐거움에 취했다.

  재재거리는 산새를 보면서 산마루를 향해 발걸음 옮길 때 청설모가 산악인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상수리나무와 떡갈나무가 군락을 이뤄 도토리가 아주 많은 산으로 걷는다. 이 산에는 다람쥐가 활기 치고 있었는데 몇 해 후 들러보니 다람쥐는 간곳없고 청설모가 숲속을 누비고 있다. 청설모가 다람쥣과에 속하는 포유동물이지만, 유사한 종족인 다람쥐의 피를 보약처럼 빨아 먹는 모습을 목격했다. 다람쥐의 천적인 청설모가 사람에게도 혐오감을 준다. 산야에서 삶의 경쟁은 치열하게 행해진다. 사람은 자연에서 생존하는 먹이사슬의 평형을 이루려고 수없이 노력한다. 멸종을 막고 후대에 다양한 동물을 보여주기 위하여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한다. 산의 높이만큼 학식을 쌓아가려는 노력은 변함이 없다.

  속세에서 인간의 심리를 깨닫고 산에서는 자연의 섭리를 공부하기 위해 산에서 걷는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54건 7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474 와리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07-04
1473 와리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6-26
1472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6-24
1471 와리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06-11
1470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2 0 06-10
1469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7 0 06-06
1468 와리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06-06
1467
오월의 향기 댓글+ 2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 05-30
1466 와리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5-29
1465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1 0 05-28
1464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 1 05-23
1463
후투티 사랑 댓글+ 3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0 05-17
1462 사이프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5-15
1461
어머니의 봄 댓글+ 5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2 05-14
1460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5 2 05-13
1459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7 0 04-23
1458
봄의 살란기 댓글+ 9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 2 04-23
1457 와리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4-20
1456 사이프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04-18
1455 사이프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0 04-11
1454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1 04-10
1453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 0 04-05
1452 데카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 0 03-30
1451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0 03-30
1450 짭짤한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3-27
1449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 03-22
144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2 1 03-19
1447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 0 03-18
1446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 1 03-15
1445
산모의 마음 댓글+ 4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1 03-1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