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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설레게 한 검정운동화/윤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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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1회 작성일 18-02-0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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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설레게 한 검정운동화

윤재석

고무신을 신던 시절 누구나 한 번 신어보고 싶던 신발이 운동화다.
운동화, 얼마나 신고 싶었던 신발인가.
귀한 신발이어서 아무 때나 신는 신발이 아니었다.
설날이나 추석 명절에나 신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한 사람이 아니면 신기 어려웠던 신발이다.

신발은 인류 문명 발달의 척도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지금도 신발을 신지 않고 다니는 부족이 있다.
TV 연속극이나 풍속도를 보면 서민은 짚신을 신었지만.
양반은 가죽신발을 신었다.
짚신은 곧 서민의 신발이다.
먼 길을 떠나는 길손의 괴나리봇짐에는 어김없이 짚신이 매달려 있었다.
짚신은 쉬이 떨어지기에 길을 가다 바꿔 신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골에서는 나무하러 갈 때는 짚신을 신었다.
나도 시골서 짚신을 신어본 기억이 있다. 짚신이 보기보다
가볍고 발이 편했었다.

짚신에서 고무신 시대로 달라졌다.
내가 기억하는 것으로 군산 경성고무공장에서 나오는 만월滿月표
고무신이 생각난다.
익산의 천일고무신공장에서 생산되는 천天자표 고무신도 있었다.
우리 고장에서는 만월표 고무신이 대단한 인기였다.
그때는 최고의 신발이었다.
고무신의 색깔이 검은색에서 하얀색으로 바뀌어 흰 고무신이 나왔다.

고무신이 대중화되더니 그 다음에는 운동화가 나왔다.
처음에는 검정운동화였으나 그 뒤 파란 운동화도 나왔다.
고무신에 비하면 가격이 비싸 운동화 신기가 어려웠다.
가정 형편이 넉넉한 사람이라야 신을 수 있었다.
특별한 행사가 있어야 신는 신발이었다.
설날 신으라고 아버지께서 검정운동화를 사 오셨다.
밤이면 머리맡에 놓고 잠을 설친 일도 있다.
가끔 만져보고 신어 보기도 했다.
그 신발을 보면서 설날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던 때가 생각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여수 오동도로 수학여행을 갈 때도
검은색양복과 검정운동화를 사 오셨다.
새로 사 온 양복과 운동화를 보니 눈이 번쩍 뜨였다.
어찌나 좋은지 그 날 저녁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설날처럼 운동화를 만져보고 신어보고 방 한쪽에 소중히 잘 놓았다.
마음 설레게 하는 신발이었다.
이제 돌이켜 보면 철없이 좋아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운동화는 가볍고 참 편하다.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찰 때
이 신을 신고 차면 공이 멀리 나갔다.
고무신을 신고 공을 차면 공 따로 신발 따로 하늘 높이 솟구쳤다.
고무신만이 하늘 높이 날 때가 있었다.
고무신에서 발이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끈으로 신발을 동여매기도 했다.
운동화는 앞에 끈을 잘 졸라매면 운동화가 빠져나갈 염려가 없었다.
달음질할 때도 고무신은 헐떡거리지만 운동화는 이때도 진가를 더욱 발휘했다.

지금 내 운동화는 가까이 사는 아들 녀석이 가끔 사준다.
내 신발이 낡으면 “아버지, 운동화가 떨어지면 말씀하세요.
사 드릴게요.” 한다.
그러겠다고 대답은 하지만 어떻게 떨어질 때마다 말할 수 있겠는가.
아들이 나간 뒤 아내가 농담 삼아 말을 건넨다.

“당신 참 좋겠소! 말만하면 아들이 신발을 사 준다니.
그래서 아들 낳고 딸 낳으려고 하는 모양이지?”

나는 운동화를 신으면 발이 편해서 잘 신고 다닌다.
값비싼 운동화도 있지만 대체로 가격이 저렴한 쪽을 택한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좋다.
요즈음 상표가 있는 운동화는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십만 원을 훌쩍 넘는다.
옛날 어린 시절에 신던 검정 운동화가 비싼 신발이었다.
요즘엔 검정운동화를 보기 어렵다.
추억의 신발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하얀 운동화를 주로 신는다.
깨끗한 느낌이 들고 발도 편해서다.

신발의 변화는 인류 문화와 흐름을 반영한다.
짚신에서 고무신, 운동화로 변했다.
지금의 운동화는 멋을 부리는 시대로 변했다.
운동화의 기능이 다양해졌고, 색깔도 울긋불긋 천연색이다.
쓰임새에 따라 종류도 많다.
축구화, 육상화, 등산화, 농구화, 등 자기가 신고 싶은 신발을
마음대로 골라 신을 수 있다.
참 편한 세상이 되었다.
옛날보다 더 좋은 운동화를 신으면서도 검정 운동화를 신을 때보다
설레는 마음이 없다. 감정이 무디어졌나 보다.

검정운동화는 추억의 신발이다.
밤잠을 설치게 하던 그 신발. 공을 차거나 달리기할 때면 꼭 옆에 있던
검정운동화. 내 마음을 설레게 하던 검정운동화의 추억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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