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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향기/신팔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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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4회 작성일 18-02-1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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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향기

신팔복

봄이 오고 있다.
겨울을 지키던 골짜기 얼음도 어느새 녹아 내렸다.
냇물은 졸졸졸 흐르며 봄의 소리를 들려주고, 따스한 봄기운이
산과 들로 퍼져 나간다.
양지는 푸른 새싹이 돋는다. 벌써 개울가 버들강아지가 봄소식을 전한다.
뽀얀 솜털에 싸인 꽃들이 가지마다 촘촘하게 붙어 앙증맞다.
속으로만 웅크리고 겨울잠에 빠져있던 생명이 기지개를 켜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긴 겨울 추위에도 쉬지 않고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 나오고, 종다리가 보리밭 언덕에서 흥겹게
노래할 때면, 산과 들에 수많은 꽃이 피기 시작한다.
노랑 개나리가 피고 분홍 진달래도 무리 지어 피어난다.
이곳저곳에서 꽃소식이 전해오면 상춘객을 부르는 꽃 축제도 시작된다.
제주도 봄은 유채꽃 축제로 시작되지만, 육지의 봄은 섬진강 변 꽃을 따라
내륙으로 올라온다.
섬진강 매화마을에서는 매화축제가 열리고 뒤질세라 구례 산동면
산수유 마을에서도 산수유 꽃 축제를 연다. 섬진강과 매화꽃,
지리산과 산수유 꽃은 서로 잘 어울려 한 폭의 산수화를 만든다.

완연한 봄바람을 맞으며 피는 복사꽃은 옅지도 짙지도 않은
붉은 색이 매혹적이다.
양지바른 언덕에 저절로 자란 복숭아나무에 촘촘히 붙은 복사꽃은
사춘기 어린 마음에 그리움을 주었다.
도회지로 떠난 친구의 모습이 어렸고, 시집간 사촌 누이가 생각나기도 했다.
복사꽃이란 시조를 지어 교지에 싣기도 했었다.
그런 추억의 산물이었을까? 결국, 복숭아 과수원을 만들었다.
매년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온 과수원을 붉게 물들였다.
마이산을 찾는 길손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 꽃을 감상하곤 했었다.

그 뒤로 우리 동네는 과수원이 많아졌다.
산자락 과수원에 복사꽃이 한창 어우러지면 사진작가들이 몰려와
마이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때 작품들은 지금도 아름다운 사진으로 남아 있다.
복숭아나무에 잎이 나고 꽃 속에 숨었던 보송보송한 열매가 커져 낯빛
고운 봉숭아가 되면 입가에 군침이 돈다.
물에 잔털을 씻어내고 한 입 베어 물면 아삭한 식감이 맛을 돋운다.

아내는 복숭아를 좋아했다.
첫 아이를 가진 뒤 입덧으로 복숭아를 찾았다.
싱싱한 복숭아를 먹으면 속이 가라앉는 듯 보였다.
겨울에는 황도 복숭아 통조림을 사다 주었다.
남자들은 모를 일이지만 숫제 먹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고, 시래깃국을
찾기도 하고, 철이 지난 과일을 찾기도 한다.
밭가에 한두 그루씩 있었던 복숭아는 과일이 부족했던 시절이어서
그런지 맛이 썩 좋았다.
이웃집에서 따오는 복숭아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복숭아를 갉아먹는 애벌레도 많았다.
농약이 없던 시절이라 복숭아벌레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복숭아는 저녁에 먹어야 좋다는 말이 있었다.
애벌레가 먹은 곳을 파내면 남는 게 없기 때문이었다.
먹을 것이 귀했던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

곱게 피는 꽃은 봄의 전령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꽃을 좋아하는 데는 나이가 따로 없다.
옛날 보았던 꽃들이지만, 지금 그 꽃이 더욱 곱게 보이는 것은
세월이 덧붙여주는 감정일지 모르겠다.
꽃을 보면 누구나 행복을 느낀다.
꽃 같은 젊은 시절은 정열적으로 꽃을 보지만, 나이 들어 노년에 보는
꽃은 깊은 감상이 흐른다.
어느 꽃인들 안 좋은 꽃이 있겠는가?
이 봄에도 복사꽃은 추억과 행복으로 내 곁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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