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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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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혀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7회 작성일 18-03-2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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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풀리고 꽃바람이 불어오니

지난해 찾아온 서울 친구가 생각난다.


어릴적 함께 배우고 자라 성인이 되어 헤어진 고향 친구들이다.

나 같이 인정머리 없이 사노라면 벌써 잊혀졌을 인연이지만 때가 되면 연락하고 챙기니

긴 세월 정성이 고맙고 변함없는 감성이 놀랍다.


두 친구와 나는 고향을 찾아간다

한켠으로 비켜나와 고향을 지키는 나랑 토박이 친구가 있어 여린 살을 비비대며

놀이하던 터전을 놀이하듯 찾아가니 감회가 소중하고 미더운 친구가 고맙다.

 

고향 땅은 그대로인데 우리가 살던 대한중석 달성광업소가 있는 동네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아버지, 그리고 내가 오랜 날 근무하고 사회에 적응하며 성숙했던 선광장이 있는 이구 광산에

사택이 즐비했던 우리 동네는 광산이 폐광되고 명동에 있던 대한중석이 내려오면서 이웃은

뿔뿔이 흩어지고 정든 동네는 근접할 수 없는 땅이 되어 버렸다.

어머니가 고생고생 농사 지으시던 그 땅도 도로가 되어있고  피붙이 누구 하나 이곳에 사는 이도 없다.


지킴이 친구를 만나니 고향은 어머니 품속 같은 푸근함으로 다가온다.

살던 동네는 간곳 없으나 채광량이 넉넉했던 좋은 시절 만큼이나 우리에게 이야기 거리는 풍부하게 남겨놓었다.

정겹게 식사하고 땜이 있는 정대를 거쳐 헐티재를 넘어 청도로 드라이브에 나선다.


산은 언제나 그기 그렇게 깊고 우직한 자연으로 우뚝 솟아 우리에게 감동과 환희를 안겨준다.

가파른 재를 넘어설때 올려다 보는 산세의 아름다움이 유명세를 타는 명산 자락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다소 황량한 거리와 들녘에 꽃은 커녕 꽃 봉우리도  볼 수 없었으니 '꽃 구경 가자' 하던 명색 만큼이나 아쉽다.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 하며 날이 흐렸다 개였다 하였지만 어느 순간은 쨍하게 햇살이 따사롭게 눈부신데

비를 뿌리니 햇살에 반짝이는 가는 빗줄기의 아롱됨이 상쾌하고 신비하다.

어릴적 '야시비'다 소리치며 냅다 뛰던 그때와 오버랩 된다.

인적없는 시골 찻집에서 도시향을 담은 차 한잔의 담소가 살아온 자취를 아름답게 엮는다.

광업소에서 지원하는 혜택으로 교회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우리는 원생이 되고

그때부터 교회 들락거리며 재미를 붙여 예배하고  찬양하며  주일학교, 하기학교,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 이런 행사를 즐기며 신앙심도 함께 성장했다.

보송보송했던 얼굴에는 세월이 지나간 흔적으로  피부는 늘어지고 주름지고 풍파에 시달려 

사는 모습과 생각은 조금 달라 있지만 순수했던 어린시절의 착한 심성만은 그대로 간직한체 나이 들었다.

아직 친구들은 현역에서 뛰고 있으니 칠순의 노장들이 대단들 하다 여겨진다.

 

목사님과 결혼한 친구는 모자라는 공부도 채우고 금식 기도로 신앙도 다지더니

목사님이 되어 지금은 불편한 남편을 도와 목회를 지킨다.

설렁설렁 음식도 잘 해 내고 닥치면 겁없이 잘 대처하니 든든하다.


전도사님 친구는 20대에 고얀 병마로 고생하였으니 신앙을 택하여

우리가 함께했던 교회에서 세상 끝 날까지 헌신하며 존경받는 전도사님으로 남을 것이다.

후유증과 여러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밝은 모습은

삶에 대한 절박함이 기쁘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었으리라.


보험설계사 친구 또한 만만찮다.

고객의 자제가 장성하여 자식을 얻고 고객이 되었다는 비즈니스 노하우가 탄탄하다.

은퇴를 모르니 100세 시대에 걸맞는 행보가 아니겠나.

대화하는 톤이 항상 일정하고 입 속 들어내고 크게 웃는 일도 없는 친구가

영업 프레임은 어디다 숨겼는지 가늠이 안된다.


나만 세상 일 모두 등지고 그야말로 손 놓고 사는 노인이 되어있다.

우러러 보이는 단단한 친구들이 자산으로 남으니 그나마 위안을 얻는다.

 

할 일 있는 노장들은 시간에 자유로울 수 없다.

서울로 떠나가니 옛적 나는 그 친구들을 보러 간 것이 첫 상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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