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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래시장/신팔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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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9회 작성일 18-05-2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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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래시장

신팔복

멋과 맛의 고장인 전주는 66만 시민이 사는 도시다.
선비의 기품을 이어받아 문향과 예술이 발달한 고장이다.
주변의 너른 평야는 풍족한 생활을 만들어주고, 넉넉한 인심과
서두르지 않는 성품의 전주 사람들은 조상의 전통문화도
잘 이어가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한옥도 훌륭히 보존하고 있어
체험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전국에서 모여든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시장이 있기 마련이다.
전주에는 5대 시장이 있다.
전주부성의 정문인 풍남문 앞쪽에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남부시장이 있고,
태평동의 중앙시장, 경원동의 동부시장, 인후동의 모래내시장,
효자동의 서부시장이 그것이다.
나는 안골에서 가까운 모래내시장을 자주 간다.
모래내는 기린봉 북쪽으로 흐르는 실개천이 도매다리와 작은 모래내를 거쳐
모래내다리, 진밭다리로 이어지면서 유속이 느려 모래가 많이
쌓인다고 하여 붙여진 토박이 이름이다.
모래내는 건산천으로 노송천을 품고 전주천과 합류한다.
전주시 동부권의 개발로 안덕원로 4차선이 만들어진 뒤
교통난 해소를 위해 하천을 덮어 지금은 모래와 다리는
볼 수 없고 이름만 남았다.

모래내시장에 가면 생필품과 먹을거리가 푸짐하다.
옷가게, 신발가게, 생선가게, 튀김집, 만두집, 떡집 등, 가게마다
친절하게 손님을 맞고 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미로 같은 여러 갈래의 골목길로 이어진다.
한두 평 되는 빼곡한 가게들이 물건들로 가득하다.
손님이 찾아오면 얼른 나와서 반긴다.
물건을 내보이며 웃음 띤 얼굴에 상냥한 말씨다.
손님도 좀 더 나은 물건을 사려고 요리조리 살펴보며 흥정한다.
주인은 깎아주기도 하고 덤도 주며 다시 찾아 주기를 바란다.

나는 친구들과 시장 안에 있는 술집을 많이 갔었다.
장보기가 쉬워서 그런지 항상 푸짐한 안주가 한 상 가득 차려지고,
펄펄 끓는 시래기 국물이 입맛을 돋우어 주어 좋았다.
등산을 하고 올 때면 순댓집을 찾아가 국밥 한 그릇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어느새 몸의 피로가 확 풀린다.
아주머니가 단골손님처럼 반갑게 맞아줄 때면 더욱 좋다.

아내도 즐겨 모래내시장을 이용한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반찬거리가 맘에 들거나 새로운 먹을거리가
있을 때면 양손 가득 사들고 온다.
명절이나 제사에 쓸 음식은 거의 이곳에서 준비한다.
오늘은 물건도 많이 들어왔다.
길옆 채소가게엔 빛 고운 무와 배추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마늘, 고추, 양파도 무더기로 쌓여있다.
벌써 나온 햇고구마가 감자와 호박 상자를 비집고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거리엔 많은 노점상이 있다. 농가에서 직접 가꾼 농산물이 대부분이다.
무와 배추는 물론 파, 부추, 오이, 가지, 깻잎, 생강, 호박, 도라지,
풋고추 등을 작은 소쿠리에 담아 보자기 위에 펼쳐 놓고 팔고 있다.
단호박을 파는 할머니는 전대(纏帶)를 꺼내더니 천 원짜리
한 묶음을 세면서 지나가는 사람을 한 번씩 쳐다본다.
이마에 주름은 많아도 입가엔 미소가 흐른다.
오늘은 장사가 잘 된 모양이다.
아마도 이번 추석에 손자가 내려오면 용돈을 주려고 챙기는 것 같다.
‘오징어 8마리 만원, 싱싱한 갈치 2마리가 만원, 토종닭 3마리 만원,’ 하고
가게에서 외치는 확성기 소리가 거리로 퍼진다.

생산지도 여러 곳이다. 백구 포도, 비봉 토마토, 진안 복숭아,
장수 사과가 나와 있다.
성주 참외, 철원 단호박, 나주 풋고추도 찾아왔다.
생선가게엔 동해의 오징어, 북태평양의 명태, 칠레산 홍어도 가득하니
이들은 분명 예향의 전주가 맛의 고장임을 알고 찾아온 것 같다.
누구 집 밥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지 궁금해진다.

늦은 시간에 싸구려를 사러 오는 사람도 있다.
저녁이 훨씬 넘어서 장사도 끝난다.
쪽파 한 단에 5천 원씩 판 고산 할머니, 고들빼기를 3천 원씩에 팔고 가는
소양 할머니도 빈 자루를 들고 마지막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사해서 많이 벌었겠네요?’ 하고 조심스럽게 묻는 내 말에
‘하루 3만 원을 벌면 잘 번다.’ 고 한다.
오늘의 일당은 했나 보다. 허리를 수그리고 버스를 타러 가는 할머니의
모습 뒤로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할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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