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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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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해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8회 작성일 18-07-05 07:41

본문

산경표에따르면 백두산을 조산으로 남녘땅에 정기를 주는 백두대간이 남으로뻗어오다 한북정맥으로 가지를 느리우니,

포천에 동북방 백운산이받아 운악산으로이어지고 그정기가 죽엽산,천보산으로 포천에 동남향을 휘돌아

양주불곡,사패산에이르러 불끈불끈 바위로솟아 도봉산으로, 북한산으로 이어져 북악(삼각)산에 이르러

서울땅에 백두에기운을 전해주는 그 포천과 서울사이에 사패산(해발552m)이 의정부시의 서향을 보듬고있다.

 


86년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던 때

나 근무하던 ㅍㅊ전화국에 새로부임한국장이 등산을좋아하여 자연스레 산악회가구성되고

월1회는 인근지역에 솟은산으로, 분기에한번은 외지산으로 그냥 산이좋아 산으로갔었다.

그해여름 대한산악연맹산하 경기북부연맹주관으로 등산대회가있다고 총무를맡고있는 친구가 대회에참가하자고 꼬드기는거였다.

1.한팀에 참가인원은 4명

2.등산대회장소는 사패산

3.대회기간 1박2일

4.우수팀에게는 트로피와 부상

5.등산에필요한 장비, 숙영및 취사는 팀 자체해결이라기에 까짓거 뭐 별거아니겠다싶어 

당시 30중반이었던친구와 나 외에 두명을 선발한다니 참가하겠단직원이많다.

두놈이 그동안산행에서보여준 음식준비와 조리솜씨, 등산실력등을감안하여 개별면접을보니

40대초반인 산지가 달성인 선배가 자칭다람쥐라며 산에대해선 묻지말라는거다.

그 선배하고 친구와 나는 통신기술과에근무하였기에 총무나 영업파트에있는 행정직도 한명넣어야한다고 

별 희안한 압력이들어와 영업과동갑내기를 끼워넣어 토욜 오전근무를마치고 의정부행버스를탔다.

집결지는 의정부시민회관

시외버스터미널에서내려 2km정도되는거리를 십수년전 군복무때 행군하던 기상으로

보무도, 의기도 당당하니 우승은몰라도 등수안에야들겠지 싶은 자신감으로걷는데 비가 오기시작하는거다.

짊어진 배낭속에는 우비가없다.

일행에게물으니 우비갖고온선수가 하나도없는게 아닌가.

챙좁은 등산모자하나로 머리만가린채 비를 홈빡맞고 시민회관을들어서니 행사주관하는임원이 체크인하면서

우리를 유심히바라본다.

보거나 말거나 어쩔거냐는식으로 오늘일정을물어보니 참가마감시간 17시이후 일정을알려준단다.

시민회관마룻바닥에 배낭을벗어던지고있노라니 팀별로 본부석앞에도열하라는데 이거 뭔 군대에온느낌이온다.


대회장인사가 있고난 후 대회일정공지와함께 오늘 비가오는관계로 야영은 시민회관에서한다며

각팀별로 텐트치고 30분후에 장비검사를할것이니 일체의장비를 텐트앞에진열하라면서, 

텐트치는것,장비점검모두 대회점수에반영된다고알려준다.

우리팀이 메고간텐트가 6~7인용이라 무게만 20kg이나되는데 이게 바닥에파일을박아고정하는거였다.

마룻바닥에 박을수도없고 그렇다고 어디 비끄러맬 아무것도없는데 둘러보니 구석에 핸드볼골대가있다.

그리로 짐을옮기고 골대에매고 관중석난간에매어 윗부분을 간신히매달아놓고보니 아랫부분은 모기장을쳐놓은것같다.

그래도 이게어디냐며 됐다싶어 배낭을풀고 가지고온물건들을 주욱늘어놓는다

고추장 한통,감자 몆알,상추 한근,삼겹살 두근,쌀 한되,라면 네봉,소주 네병,들기름 한병을 제삿상차리듯 앞줄에벌려놓고,

코펠 두세트,버너 두개,나무젓가락이며 집에서가져온 숫가락. 9v건전지가들어가는 큼지막한 손전등하나,삼겹살불판은 두번쨋줄에,

침구로 네명모두 군대담요를 두장씩갖고왔는데 나도 군단군수과에있던 처남에게서얻은 A급 담요다. 

세쨋줄에 담요여덟장을 각지게접어 A급담요는 맨위에얹어쌓아놓고, 수건네장, 치약과 칫솔놓고 그옆에 배낭 네개를 늘어놓았다.


다섯팀정도 건너에서부터 장비검사를하고있는데 

헬멧! 헤드랜턴! 자일! 그리고 뭐 듣도보도못한 장비이름을부르는대로 참가팀은 숫자를 복창하는데

바로옆 두팀이 우리가늘어놓은것을보더니 돌아앉아서 킥킥거리며 간신히 웃음을참고있는듯이보인다.

그들앞에 놓인장비를보니 아이젠도있고 별희안한게 다 있다싶은데

저런것도 등산에필요한가하고 다른팀을보니 거기에도있는데 그사이 집행부임원이 우리앞에선다.

보니 아까 체크인하며 우리를 유심히바라보던 그사람이다.

"여기 내놓은거말고 다른거는없어요?"한다.

눈짓으로 서로를보며 또 남아있는게있냔식으로 되려 바라보지만,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없다.

들고온서류판에 뭔가 몆자적어넣더니

"저녁 맛있게 드세요" 하며 옆팀으로간다.

불합격이라고 하지않는걸보니 장비검열은 통과된것같은데 영 개운치가않다

"야! 짐 싸갖고 가자! 쪽팔려서 못있겠다!" 친구 두놈에게 치근댔더니 

선배가 "이왕온거 삼겹살이나 궈먹고 가든지말든지하자"면서 눌러앉힌다.

집행부에서 준 명찰에는 'ㅍㅊ전화국"이란 이름이 커다랗게씌어있는데 이러다 경기북부연맹에서 개망신당하는건아닌지 걱정이다.

에라 모르겠다!

장비검열이 끝나기바쁘게 석유버너에 불판을올리고 삼겹살을굽는다.

다른버너에는 쌀씻어안쳐놓고 국 끓이고,

시민회관안이 삼겹살굽는냄새와 고기타는연기로 가득찬다.

저쪽끝에있던 팀들까지 우리를바라보면서 손가락으로 뭔가를가르킨다.

보니 그들은 간단하게 밥에 마른반찬, 김,짱아치로 저녁을먹는데

가르치던지 갈쳐주던지 이젠 뭐 그만둘수도없는상황이되어버린것을 어쩌랴

다른참가팀들은 금새 저녁을 다먹고 설거지도하고 야영준비를하는데 우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소주를 주거니받거니하며 삼겹살두근을 거뜬히해치우고 병은 모두비웠다.

설거지는 대충 비닐로싸매어 배낭속에집어넣어 치우고나니 얼큰히취해온다.


쪽팔려서 가고싶던마음도 술에 취하고나니 없어지고,

이웃한 다른팀은 밤새 저희들끼리 등산얘기를하면서 내일 대회작전을짜는것같은데 

우리는 뭐 우승은 맡아놓은것같이 태평하게 코골아가며 자고나서 그래도 아침은먹자면서 라면을끓인다.

그런데 모두들 아침을먹는데 라면끓이고있는것은 또 우리팀 하나뿐이다.

얹저녁 삼겹살 궈먹은것까지는 몰라서그랬다쳐도 아침부터 라면끓이는꼴이 민망하고 창피하여 

라면끓는 코펠을들고 뛰쳐나가고싶은심정을 간신히누르고 아침을때웠더니 영 속이 거북스럽기만하다.


팀별로 출발선에서는대로 5분간격으로 출발시키는데 앉은뱅이저울이 출발선에있는게아닌가.

우리팀이 대기선에서니 배낭을 모두내리라하고 저울에 하나하나올리는데 무게가 20kg에맞춰져있고 추 막대기가 뜨지않는다. 

텐트걸머진 배낭하나만통과되고 다른 세개에배낭은 안된단다. 왜 다른팀은 달아보도않고 우리것만다냐 항의를하니

다른팀배낭은 달아보나마나 짊어진상태만봐도 20kg이상이라면서 저팀정도에 장비를지면 30kg내외란다.

하긴 다른팀배낭은 길이만도 7~80cm되고 빵빵한배낭옆에 매달린것만해도 꽤나 무거워보이는데비해 

우리배낭은 쌀 한말이나들어갈까말까하니 저울질을 당하는것도 이해는되는데, 

대회에 참가하려면 어떻케든 배낭무게를채워오라며 요지부동이다.

배낭하나에 물통을몰아넣어 통과시키고 주변 주택가를보니 담장쌓으려했던것인지 무너진담장인지 6인치블럭이 서너개보인다. 

두놈에 배낭을열고 한개씩 블럭을넣으니 조금 모자란듯한데 "통과!"소릴지른다.

꾸벅 인사를하고 그놈에블럭을 무슨신주단지라도되는양 A급모포로둘둘말아짊어지고는 시간을많이잡아먹었기에 

냅다 달리기를하는데 배낭에든 블럭이 허리를 짖찧는다. 아프다. 이래서는 도저히갈수가없다.

네 녀석이 코스에서나와 다른팀이보지앟게숨어 블럭을꺼내놓고 나뭇가지를꺽어 배낭을빵빵하게 만들어짊어지려하니

무거운텐트는 서로 안 지겠다고 비켜놓는다. 불행하게도 텐트가 내것이라 어쩔수없이 내가 지고 코스로나와보니

뒤엣팀이 어느새추월하여 후미가 보이다말다한다.

중간중간 포인트별로 팀별도착시간과 팀원의 상태를체크하는데 두번째포인트에서니 나이많은선배가 퍼지는걸 본

포인트감독원이 우릴보는눈빛이 영 탐탁치않아하는눈치다.



"천천히 가자 산천구경이나하면서" 

"우승하면 트로피는 넷중에 누가가져갈건데 차라리 잘됐지 뭐"

"등수는커녕 망신만당하고 꼴찌가뻔한데 웬 트로피 걱정까정!"

"선배는 뭐 산에 대해선 묻지말라더니 어찌된거유 어젯밤 집에서 잔것도아닌데......!"

신물과함께 라면발이 가끔 목구녕을 되넘어온다.

30도를 넘을것같은 더위에 이미 지쳐있는데 다음포인트가보인다.

먼저온팀 두팀정도가 절벽위에있다.

자일을 박고 로프를타고 60도정도 경사진암벽을 10여미터 내려가야한단다.

두팀이 내려가는것을 지켜보고있노라니 감독원이 우릴돌아보는데 어제저녁 장비검열하던 또 그사람이다.

"자일도 로프도 없으시죠?

저기 소나무뒤로돌면 우회소로가있으니 그리로가세요"

친절하게 갈쳐주는것같은데 듣는놈은 배알이 뒤틀려온다. 어쩌랴! 등산대회에 삼겹살 궈먹으로 온 놈들이.......



출발할때 중간쯤에 선것같은데 결승선을 바라보고 뒤돌아보니 우리팀뒤로는 오는팀이없다.

우리를추월해 먼저간팀이 그렇게많았었나!

하긴 몆번의포인트가 지나기무섭게 바위에 나뭇등걸에 기대어 눈감고있을때 몇명씩 지나가는것같았으니 그럴만도하겠지.

넷이서 터벅터벅 모두모여있는곳에 들어서자니 도저히용기가안난다.

선배옆구리를 쿡 찌르며

"선배 요쪽으로돌아 저만큼 뒤로갑시다 "

누구하나 아니라고하질않는다.

"ㅍㅊ전화국 팀! 결승선은 여깁니다 이리로 오세요!"

모두 들으라고하는건지 메가폰으로 부르는소리가 산을 쩌렁쩌렁울린다.


맨 뒷줄에 서있는데도 얼굴을 들수가없다.

서로 바라보며 눈짓으로 얼른가잔다. 슬며시 뒷걸음질치듯 돌아서려는데

"감투상! ㅍㅊ전화국 팀!"

와! 하며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참!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만큼 했으면 됐는데........

"트로피는 그래도 윗사람인 선배가 받으슈!"

등을 떼밀려나가는 선배모습이 도축장에들어선 돼지같았는데,

그 대회이후 나 퇴직할때까지 십수년동안을 산악연맹에서 대회에 참가해달란 연락은 그 후로 한번도 받아보질못했다. 


오늘도 그자리에서 말없이 나를 지켜보고있는 그 산!

사패산!

네 녀석이 장비,등산시간,암벽등반,야외식량에서 0점을받아 4패를 한!

그 사패산!

서울가거나 의정부에 나갈때면 안보려해도 억지로라도 보이며 지금은 괜찮으냐물어보는 사패산이 지금도 거기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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