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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물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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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영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8회 작성일 18-07-17 02:01

본문

                 

                                  태풍의 눈물 / 김영채

 

                                                                

  솜털처럼 감싸이는 운무 속으로 걸어간다. 가는 바람살에 흩어 젖다 다시 쌓여오는 희미한 미립자들이 내 몸을 휘감아 돈다. 걸어가고 있다. 적막이 인도하는 데로 가고 있다. 홀로 바위 턱에 올라 벼랑 끝에 서서 바다가 들려주는 파도소리만 듣고 있다. 어딘가 깊은 바다 속에서 들려오는 흐느낌 같은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듣자니 흐느낌이 아니라 여자목소리였다. 뭔가를 말 하고 싶었는지 내게 말을 건 낸다.

  “저는 세상에 태어나서 오래 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되나 바요.”

  “짧은 삶을 외롭게 견디다보니 당신을 만나게 되어 참 행운이어요.”

   일생동안 누군가는 꼭 만나고 싶었는데 당신과는 무슨 인연인지 마음이 열리며 소통하고 싶은 텔레파시가 통하게 되었군요.”

  잠시 당황했다. 그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는 간밤 꿈속이었다. 방금 그 소리는 떨림이 있었으나 차분히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더듬어 가고 싶었다. 잠시 후 이야기는 이어졌다.

  먼 바다 적도 부근이 제 고향이어요. 아직 어려서 그런지 눈은 작으나 몸집만 자꾸 커지고 있어요.” 곧 침묵이 흐르더니.

  ! 인공위성에서 지구를 내려다본 영상사진을 본적 있나요. 파란 색감이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지구는 살아 숨 쉬는 생명체 같지 않나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생명들이 땅과 바다에서 생존해 가는 한 떨기 별. 우주를 향해 생명의 속삭임을 전파하는 지구. 그도 열병이 도지는 계절인 여름이 오면 바닷물이 더워져 몸살을 앓는다고요?”

   그 말소리 때문인지.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의 복합체로 구성된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이 느껴졌다. 매년 바닷물이 더워지면 불안정한 기압이 상승기류를 타고 느리게 자전방향으로 돌면서 그녀가 태어난다. 많은 수증기는 두터운 구름층을 이루며 강한 바람과 동반하여 동북방향을 향해 느리게 움직여 간다.

   그렇다면 계속 이동진로를 추적하고 싶었다. 시한부 인생 같은 그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가고 있을까? 그 궤적을 좇아 동행자로서 말벗이 되고 싶었다.

  잠시 위성영상으로 지켜본 거대한 구름은 소용돌이에 휘감긴 채 시계반대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하얀 구름 빛살로 감싸인 원형구름 띠 속에 백자주둥이 같은 둥근 눈. 그 눈은 한여름 갓 피어난 흰 옥잠화 같았다. 마치 지구가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수줍어하는 모습이었다. 유심히 들여다보니 대만해협을 지나 온 바다를 하얗게 뒤덮었다. 스펀지처럼 바닷물을 흠뻑 빨아들인 비구름은 강한 바람과 함께 북쪽으로 서서히 움직여가고 있었다.

  그런데 흥분된 음성이 들려오는 소리.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워진 바다는 아우성이어요! 열을 받아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바닷물은 구름층으로 상승하고 싶어 안달이어요. 이젠 강한 바람이 천천히 휘어돌면, 바닷물은 온통 증발하여 무거운 구름층으로 방대하게 제 몸집을 키워 주어요. 그렇게 되면 보고 싶었던 당신을 만나게 되나요. 바다 깊은 어둠 속에 갇혀 늘 푸른 하늘로 나래를 펼쳐 포근한 숲속에 잠기고 싶었고. 어둠이 오면 밤하늘을 보며 별 하나에 내 외로움을 전해주고 싶어요. 맑은 공기로 감싸인 산하. 굽이도는 해안, 도시, 평야와 강줄기를 거슬러 쭉 뻗친 아름다운 산줄기를 더 없이 사랑하고 싶어요. 건장한 사내 같은 당신을 한없이 포옹하며 안기고 싶어요. 생애의 마지막 열정을 받치고 나면 형체 없는 운무로 사라져버릴 운명이어요.”

  놀랍게도 그녀가 또 다른 대지를 열정적으로 사랑한다면 큰 재앙을 불러 드릴까? 염려된다. 두려움과 걱정 섞인 감정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당신이 육지로 올라온다면 큰 재앙을 가져오고.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이룩해왔던 주택, 도로, 하천시설뿐만 아니라 농어업물이 엄청난 피해를 당하게 되면 사망자가 속출할 것인데..... 슬픔은 비극으로 이어져 한을 품 고, 더욱 악마가 할퀴고 간 피해자국이라 분노할 것이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녀를 다시 영상 속에서 지켜보니 눈동자는 뚜렷하게 윤곽을 드러냈다. 더 거대해진 원형 몸집은 광대한 대양大洋을 하얀 드레스 같은 구름층으로 뒤덮으며 제주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다.

   그녀는 흥분된 목소리로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이동진로를 바꿀 순 없어요. 알 수 없는 재앙에 가슴이 무척 아프고요! 그런 비극적인 일들이 벌어지다니 참으로 안타가운 심정은 어찌할 수 없네요. 너무나 괴롭네요.” “허나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바다 온도가 상승하여 열병을 앓은 바닷물은 방대한 수증기 증발로 열을 식혀요. 또 남은 에너지는 더 강하게 거대한 구름층을 형성하며 영역을 크게 넓혀 이동해 가고. 더욱 폭염과 가뭄으로 퍽퍽 찌든 대지는 열병을 앓은 신흠소리를 연신 토해내며 방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단비, 아니 폭우를 한 바탕 퍼부어야 열을 식혀 대지도 병이 낫게 되겠지요.”

   더 이상 무어라 말할 수 없었다. 태풍의 진로는 마지막 끝자락을 향해 이동해가고 있었다. 남해안으로 무섭게 올라오면서 강한 바람은 바닷물을 온통 뒤집어 놓았다. 거센 파도는 해안선을 집어 삼킬 듯이 몰아치며 무섭게 내리쳤다. 검은 비구름은 굵은 빗줄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더 내륙으로 올라오자 산줄기에 막힌 구름층은 물안개를 이루며 장대비 같은 빗줄기를 퍼부어 댔다. 삽시간에 불어난 빗물은 계곡이나 개천은 말할 나위 없이 강줄기도 물로 넘쳐났다.

   그러자 벼락이 내리치더니 한순간에 마을, 도시는 암흑으로 휩싸였다. 겁먹은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신음과 아우성, 탄식소리 그리고 가슴 아픈 눈물은 불어나는 강물 속으로 잠겨들었다.

  태풍은, 그 때에 눈물 젖은 모습으로 어느새  안개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흩터지는 구름 속에서 그 밀월 같은 짧은 만남은 가슴 속에 절규처럼 젖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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