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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꽃이 피었는데도/신팔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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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8회 작성일 18-08-26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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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꽃이 피었는데도

신팔복

여름이 즐거운 미나리꽃이 도랑에 피어서 나를 반긴다.
올해 같은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때를 만난 듯 어우러져 있다.
당귀 꽃과 같이 여러 개의 작은 꽃들이 우산살을 받쳐 든 모양의
산형(?形) 꽃이다.
정원에 핀 화려한 꽃들은 뭇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데 질척한
구렁진 곳에서 피어난 미나리꽃은 보아주는 이조차 없어 외롭다.

미나리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이른 봄 미나리반찬은 그 향이 독특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미나리 무침은 잃었던 입맛을 되살려 준다.
겨울철 미나리꽝에서 잘 자란 미나리에 삶은 오징어를 썰어 넣고 마늘과
고춧가루, 고추장으로 무쳐내면 새콤달콤한 맛과 향, 그리고 아삭함이
우리의 식성에 잘 맞아 좋은 반찬이 된다.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섬유질과 무기물,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는 채소다.

미나리를 재료로 하는 요리는 많다.
미나리 무침, 미나리 김치, 미나리 굴전, 미나리 오징어 초무침.
미나리 싱건지 등을 들 수 있다.
봄 고사리와 조기가 찰떡궁합이듯, 홍어탕이나 복어탕을 만들 때는
미나리를 빼놓을 수 없다.
펄펄 끓는 복어국물에 살짝 데친 미나리를 초고추장에 듬뿍 찍어
한 잔 술을 곁들이면 그 맛이 일품이다.
좋은 친구와 함께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아주 옛날부터 미나리는 좋은 음식 재료였다.
어릴 때 시골집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준 미나리 무침은 감칠맛이 났다.
그래서 나는 가끔 불미나리를 캐온 기억이 있다.
미나리는 생명력도 강하다.
냇가에서 뽑아 온 미나리를 습기 많은 밭둑에 심었더니 지금도
봄철이면 요긴하게 캐다 먹는다.

미나리는 논이나 개울에서 키울 수 있지만, 겨울에 하우스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
물 관리만 잘하면 된다.
아파트에서도 화분에 가꾸는 사람들도 있다.
겨울철 화초로도 볼 수 있고 실내 습기도 조절해주니 키워볼 만하다.

미나리는 식욕을 증진하며 피를 맑게 해 주고 간을 해독시켜준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더운 여름철 식욕을 잃은 아버지는 불미나리
생즙을 가끔 드셨다. 깨끗이 씻은 미나리를 돌확에 찧어 삼베
보자기로 짜서 종발에 담은 짙푸른 미나리즙은 쓰게 보였다.
술을 즐겨 드셨던 아버님의 건강 대처 방법이었다.

속담에 “처갓집은 미나리 꽃 필 때나 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언어도 역사의 유물이라서 시대의 생활상이 반영되어 생멸하는 것인데,
이제 그 뜻을 생각해보니 선조들의 애절함이 묻어있는 말이었다.
입 하나라도 덜어야 한다며 어린 여식을 일찍 시집보냈고, 초근목피로
연명하면서 너나없이 찢어지게도 가난하게 살았던 지난 시절,
초가삼간 처갓집을 엄동설한에 찾아간다면 문안은커녕 걱정만
끼치게 되었을 테니, 어려운 형편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었던 것 같다.

신부의 부케 같은 미나리 꽃이 하얗게 피어있다.
옛날 여름철 처부모 생신 날이면 찾아가 뵙던 처가였는데
이젠 미나리 꽃이 피었어도 다시 찾아갈 수 없게 되어 무척 안타깝다.
장인장모님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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