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최마하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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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마하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9회 작성일 18-08-28 23:48본문
‘저건 또 뭐지?’
선풍기의 미풍에 뭔가가 흔들거린다. 꽤 크다. 마이크를 든 채로 무릎을 접고 상체를 조금 수그리고 보니 먼지다.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그것을 집어 휴지통에 넣었다. 주변으로는 그것 말고도 좀 더 있다. 녹음듣기를 하면서 티슈 두 장을 꺼내 바닥의 먼지를 쓸어 모았다.
“♬당신만 보면 말이 헛 나와
잘하던 말도 버벅거리지 ~♬"
1시 40분.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내려 뒤를 돌려보았다. 중간짜리다. 중간짜리 건전지가 하나 들어가는 시계다.
볼펜도 집어넣고 노래목록을 적은 메모지도 챙겨 넣었다. 한낮의 밝은 햇살이 그 사람의 책상 위에 잔뜩 쏟아져 내린다. 왼쪽 바지주머니에서 손수건을 다시 꺼내들고서는 테이블 위를 박박 닦았다. 놓여있는 물건들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닦을 수 있는 곳은 모두 닦았다.
2시 2분.
열었던 커튼을 닫으려다 말고 다시 한 번 돌아다본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커튼이 다섯 개다. 창문에 세 개, 그 사람이 들어오는 쪽의 세 번째 문에 하나, 그리고 내가 나다니는 쪽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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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18일 화요일
도착하자마자 벽에 걸린 시계를 내려 건전지를 바꿔 끼웠다. 핸드폰 시간보다 조금 빠르게 맞췄다.
“♬가는 길 가로막고 떼쓰는 그 여자
그 얼마나 괴로웠을까 ~♬"
‘어? 왼쪽으로 좀 기운 거 같은데?’
“♬지금 이 순간 외로워서 외로워서 못 살겠네
볼 수도 없는 사람 만질 수도 없는 사람 ~♬"
‘괜찮아,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그리고 조금 기울어져 있음 어때? 저 정도면 1밀리미터도 안 되겠다'
헌데 자꾸만 시선이 그곳으로 간다.
“♬복잡한 세상 만만하지 않은 세상
이런 일 저런 일 담지 말고 잊어요 ~♬"
‘괜찮다니까?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노래나 해! 저게 뭐가 문제야? 중요한 것도 아니잖아?’
이번에도 그냥 무시해보려 애쓰지만 쉽지 않다.
“♬이제부터는 내 꿈을 펼칠 거야
하고픈 일 얼마나 많았던가 ~♬"
‘그래, 됐어!’
끝내는 오른쪽으로 조금 움직이고야 만다.
“♬모르겠네 모르겠네 남자의 속을 정말 난 모르겠네
어제보고 오늘 또 보아도 그놈의 속을 정말 모르겠네 ~♬"
‘시간은 잘 가고 있겠지?’
‘많이 빠른가?’
입으론 노랠 하면서도 눈은 또다시 핸드폰 한번 쳐다보고, 벽시계 한번 쳐다보고 한다. 시간은 문제없이 잘 가고 있는데 1분 20초 정도 빠른 것이 또 자꾸 거슬린다.
“♬내 마음 달래려고 무작정 들어선 낯선 술집
한잔 두잔 마시다보니 거하게 취해버렸네 ~♬"
'늦는 것보단 낫잖아, 그 정도 빠른 거 가지고 뭘 그래? 그냥 놔둬'
애써 외면해보려 하는데 역시나 쉽지 않다.
“♬호박꽃도 꽃인가요 그런 말 말아요
색깔도 곱고 향기도 좋고 가시도 하나 없어서 ~♬"
“♬호박꽃도 꽃인가요 비웃지 말아요
단정한 외모 넉넉한 미소 욕심도 하나 없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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