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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태풍 솔릭/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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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7회 작성일 18-09-0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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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태풍 솔릭

임두환

올여름은 유래 없는 불볕더위였다.
111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한 달이 넘도록 대지를 달구었다.
오죽하면 가뭄해결을 갈망하던 농민들은 차라리 태풍이라도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을까?

태풍은 저기압 중심부근에서 최대풍속이 초속 33m이상일 때 발생한다.
필리핀 해역에서 발생한 것을 ‘태풍’, 북대서양 카리브해역에서
발생한 것은 ‘허리케인’, 인도양에서 발생한 것은 ‘사이클’이라고 부른다.
이름도 가지가지다. 세계기상기구(WMO)에서 태풍의
영향을 받는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홍콩, 태국, 베트남, 라오스,
필리핀, 마카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미크로네시아 등 14개국에서 10개씩
제출한 140개의 이름을 5개 조로 나누어 국가명 알파벳 순서에 따라
차례대로 이름을 붙인다.
우리나라가 제안한 이름으로 개미, 제비, 나리, 장미, 고니, 수달, 메기, 노루,
나비, 너구리 등 10개이고, 북한이 제안한 이름은 매미, 날개, 기러기,
소나무, 도라지, 종다리, 갈매기, 봉선화, 민들레, 메아리 등
10개를 합하여 한글로 된 태풍의 이름은 모두 20개나 된다.

한반도로 향한 태풍 가운데 바람이 가장 강했던 것은 2003년
‘매미’였고, 폭우를 가장 많이 동반한 것은 2002년 ‘루사’였다.
이러저러해도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던 것은
1959년 9월 17일에 있었던 ‘사라호’였다.
사라호는 서태평양 마리아나제도 남부의 사이판 섬 해역에서 발생하여
일본 오키나와를 거쳐 한반도를 강타했다.
사망 실종자 849명, 부상자 2,533명, 이재민 37만3천459명으로
우리나라에서 1904년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태풍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쯤으로 기억된다.
그 날이 추석 이튿날이었다.
추석날부터 강풍이 몰아치더니 밤새껏 작달비가 쏟아졌다.
아침에 눈을 뜨니 물난리가 났다고 야단이었다.
모두들 한숨을 쉬면서 큰일이라고 했다.
마을 앞 냇가 주변에 있던 논밭은 큰물에 휩싸여 물바다가 됐고,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냇물에는 농작물을 비롯하여
온갖 것들이 떠내려 왔다.
그 뿐 아니었다.
집채가 무너지고 마을 어귀를 지키던 수백 년 된 둥구나무가 쓰러졌다.
어른들은 화재보다 수해가 더 무섭다며 혀를 내둘렀지만, 철부지였던
나로서는 처음 보는 구경거리였다.
그 해 한반도를 초토화시켰던 원흉은 바로 그 사라호 태풍이었다.

금년에 우리나라로 향했던 태풍으로 12호 ‘종다리’와
13호 ‘야기’가 있었다.
이들은 한반도상공에 자리 잡고 있던 북태평양고기압세력에 밀려
한반도에 오르지도 못하고 소멸되거나 중국 상해로 비껴나갔다.
또다시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를 향하여 올라온다는 소식이다.
제19호 ‘솔릭’이었다. 솔릭은 미크로네시아 언어로
‘전설속의 족장’이라고 했다.
서태평양 남단의 ‘괌(Guam)’ 근해에서 발생한 태풍은 일본 남단
‘가고시마’를 거쳐 한반도 서해안으로 들어와 제주도를 통과한 뒤
목포, 전주, 대전, 강릉으로 빠져나간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를 관통하는 게 아닌가? 참으로 큰일이었다.
소형태풍이기를 바랐는데 그게 아니었다.
제주도에 상륙한 솔릭의 위력은 대단했다.
한라산에 1,000mm가 넘는 폭우를 쏟아 부었고, 강풍으로
전신주가 넘어지고 건물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예상대로라면 오늘 새벽쯤 한반도를 통과해야 하는데, 하루가 지나도록
서해안에서 멈칫거렸다.

태풍 솔릭이 상륙한다는 기상청예보에 모두가 밤잠을 설쳤다.
농민들은 비닐하우스를 동여매고, 논밭 물코를 터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해안가에서는 해일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어민들은
가두리양식장을 보살피느라 진땀을 뺐다.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건물외부의 너덜너덜한 것들을 단속하고, 하수구는 물론 산사태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한마디로 태풍, 솔릭과의 총력전이었다.

그러나 천만다행이랄까? 한반도를 긴장시켰던 태풍 솔릭은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않고 얌전하게 지나갔다.
나중에야 알게 된 일이지만 한반도에 느릿느릿 상륙한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제20호 태풍 ‘시마론’이 일본을 관통하고는
일본 동해안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그 위력에 못 이겨 솔릭은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느림보태풍으로 변했다.
태풍 솔릭은 기대했던 만큼의 비를 뿌리지는 못했지만
한마디로 효자태풍이었다.

태풍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을 게다.
해일과 홍수, 산사태 등으로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태풍이 모든 게 해롭지만은 않다. 태풍이 없다면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당할 수가 있다.
태풍이 우리에게 주는 장점으로
첫째는 대기를 순환시켜 지구온도를 조절하고,
둘째는 바닷물을 뒤섞어 생태계를 활성화하며,
셋째로는 수자원의 중요한 공급원인 물 부족현상을 해결해주는데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자연재해 앞에서 속수무책이라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당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요즘은 과학이 발달하여 인공위성으로 기상관측을 하지 않던가?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칠 일은 아니다.
모르긴 하지만, 앞으로 ‘솔릭’같은 효자태풍이 또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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