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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혀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7회 작성일 18-10-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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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가을운동회 연습이 한창일 때

운동회 날은 코앞인데 단체 율동의 완성도가 형편없다며 선생님은 걱정과 역정으로

저녁때가 지나고 밤까지 연습을 연장한다고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때만 해도 학교 가을 운동회는 지역의 큰 행사였다.

일터를 지켜야 하는 학부모와 주민들의 많은 참석을 고려하여

10월 3일 공휴일은 매년 운동회 날이었다.


행세 꽤나 하는 인사들은 귀빈석을 차지하고 인근 골골 주민들이 죄다 집합하듯 하였다. 

학생이 있는 가정은 먹을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는 가족 친지 모두 출동하는 날이었고

학생이 없는 주민도 구경하러 걸음 뗀다고 골골마다 들썩였다.

해가 뉘엇그릴 즈음 마을을 대표하는 장정들의 힘찬 내달리기 경주는 응원하는 함성으로  운동장을 뜨겁게 달구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드는데 깜깜한 밤에 집을 떠나 홀로 버려진 일 없는 나는 

어둠이 내려앉은 학교와 그 옆  음침하게 내려다보는 산의 무게가 어찌나  무서운지

아이들이 웅성되는 어둑한 운동장에서 홀로인 것 처럼 오돌오돌 떨었다.


나는 밥때가 되었는지 밥은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 때

누가 내 밥이라고 가져다주었다.

받아든 밥그릇 뚜껑을 열어보니 노릇하게 구워진 도톰한 갈치 한 토막이 놓인 따뜻한 쌀밥이었다.

사각 도시락이 반납되지 않았으니 밥 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에 갈치구이를 얻어 보내온 밥이었다.

어머니가 주신 따뜻한 밥이었다.

나는 밥을 못 먹으면 어떡하나 걱정한 일도 없었고, 선생님의 어떤 지시도 듣지 못하였던 것 같다.

그런데 어머니가 인편에 밥을 보내 주셨다.

내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엄마는 어떻게 알고서 밥을 보내주셨을까?'

어린것은 어머니의 신통력을 신기해하고 놀라워하며 찰진 밥을 달게 먹고서 무서움도 잊을 수 있었다.


어머니의 신통력을 알아내지 못한체  나이 들면서

내가 어미 되고 자식에게 하는 반만이라도 하면 효자 되고 효녀 되겠다는 깨달음을 얻고서야

어머니는 말하지 않아도 자식의 소리를 들으시고 보지 않아도 배고플 때를 살피시는 한량없는 존재임을 짐작하게 되면서

신통력의 실마리를 잡았으나 생전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세 마디를 한 번도 말하지 못한 아쉬움을

어머니를 닮은 쓸쓸한 노년이 되고서야 독백처럼 중얼거린다.


신혼여행 이튿날 갈치구이가 있는 아침을 먹었다.

그때만 해도 신랑이 갈치 좋아한다는 걸 깨닫지 못하였다.

이 때만도 갈치는 흔하고 요즘같이 비싸지도 않았다.

바다를 끼고 있는 시장 한 귀퉁이 판자로 줄지어진 난전 3,000원, 300원인지 하여튼 3자가 들어간 식사였다.

궁한 살림을 시작하면서 얇아빠진 갈치를 구워 상에 올린다.

신랑은 타박 없이 토막 난 갈치를 뼈째 입에 넣고는 진중하게 씹어 넘긴다.

​생선 뼈도 먹는다는 놀라운 현장을 목격하면서 그제야 갈치 좋아한다는 걸 눈치챘다.

일찌감치 세상을 등져버리니 아들과 마주하는 밥상에 갈치 구워놓고

'아빠 이거 좋아했는데....' 느닷없는 말을 뺕아놓고선 아들 눈치가 보이는 무안함은 무슨 까닭일까!


제주도 갈치 전문점 두툼하고 큼직한 구이와 조림으로 그득한  상차림은

넉넉하고 여유로워 구김없는 서로의 마음마저 포식하였다.

그리고 병든 큰언니에게는 기어이 마지막 만찬이 되고 말았다.


냉동실에 갈치가 있다.

'제주도 생물 낚시 갈치'라고 외치던 차떼기 갈치다.

짐자전거에  올라앉아 동네를  찾아오던 어머니 갈치다.

우리 갈치의 부드럽고 달작한 흰살생선 한 토막에 엮여있는 아련한

그리움이 뒤늦게 되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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