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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에 시동을 걸면 나는 한 마리 새가 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291회 작성일 15-08-17 23:06

본문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면
승용차를 탈 때와는 다른 기계음과
미세한 진동이 나를 경련케 한다.

두 발로 세상을 보는 것에 한계점에서
자유

내가 원하는 어느 곳이든
세상 구석구석 데려다줄 수 있다는 믿음이
두 발에 날개를 달았다.

오토바이를 타게 된 것은
아주 작은 배려였다.

이웃 가게의 오토바이 사장은
비가 오는데
그 비를 다 맞으며 오토바이를 길가에서
수리를 하고 있었다.

우연히 현장에서 나온 천막을 떼어
아직 쓸만한데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오토바이 센터의 천막이 되었다.

아무 조건 없이 그는 내 뜻을 받아들였고
난생처음 천막 시공을 하게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오토바이를 타지 않던 나는
일이 누진하거나
하는 일에 쉼을 허락할 때면
비좁고 숯검정 같은 그의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처음에는 비좁은 가게에서
기름때가 멀쩡한 옷에 묻어날까
조바심을 냈지만
차츰
묻으면 어때 하는 생각으로
누룽지 때가 소파에 윤을 내고 있었다.

어려 보이는 그의 얼굴에서
나이를 물어보게 된 것은
그로부터 두 달쯤 지났을까

술을 한 거푸 급히 마시고 잔을 채운 그는
안주를 잘 먹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농협 직원이었다.
주말이면 오토바이를 즐겨타고
자가정비를 취미 삼아 하다가
센터를 차리게 된 사람이었다.

동안의 얼굴보다는 다르게
나이는 나보다 세 살 위였다.

서로에게 경어를 붙여가며
서로 다른 사람의 탐구에
호기심을 충족하던 시기였다.

수더분한 말씨
사람의 심리를 읽어내는
그 만의 독특한 발상
나이의 옷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순수함이 좋았다.

어느 날,
그의 오토바이 센터에서
손으로 줄을 땡겨 시동을 거는
30cc 작은 오토바이를 보았다.

그는 내 마음을 금방 읽어 내고는
선뜻 내게 오토바이를 건넸다.

작고 노란 스케이트보드 나무판이 달린
앙증맞은 오토바이는
승용차 트렁크에 들어가기에
설렘을 주는 것이었다.

기름때를 구석구석 제거하고
허름한 나무판에 칠을 하면서
작은 장난감에 정이 옴팡 들었다.

가까운 거리는 시동을 걸어
바람을 가르며 다녀오고
주말이면 트렁크에 싫어
교외로 가져갔다.

무엇보다 어린아이들이
아빠의 장난감을 좋아해 주는 것이
아이들과 모자란 시간의 추억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했다.

어른 남자의 체중에 비해
턱없이 힘이 좋았지만
언덕길을 만나면 여지없이
맥을 못 추고
윤활유가 타는 흰 연기와 소음을 냈다.

그도 싫증이 조금씩 나던 무렵
중고 50cc 스쿠터는
나의 갈증에 단비처럼 다가 왔다.

이 또한 구석구석 기름때를 제거하고
스티커를 붙이고
일회용 락카로 칠을 하며
나만의 지문을 새기고 있었다.

장바구니를 달고 집에 나타났을 때
오토바이를 타면 과부를 만든다는
속설에는 아랑곳없이
아내의 반발은 의예로 부드러웠다.

주말이면 게으른 잠을 보충하고
종일 TV 앞 소파에 붙어살던 내게
산에 약수를 뜨러 가자
장을 보러 가자
늦은 밤에 간식을 사 오겠다
심부름 시킬 일이 없느냐

아내는 나의 달라진 모습이
싫지는 않았는지
씽씽 달리고 싶은 나의 욕망에 응답했다.

오토바이는 막히는 길이 없었다.

차와 차 사이
사람이 지나칠 수 있는 공간을 비집고
달릴 수 있었고
아무 데나 주차를 하더라도
보행에 불편을 주지 않는 한
주차 시비가 없었다.

적은 비용으로 일주일에서
보름을 탈 수 있다는 것이
한 달이 모여
가정경제에 보탬을 주기도 했다.

시내의 복잡한 거리에 물건을 사러
나갈 때면 빛을 발의해
빠른 기동력과 원하는 물건을 찾는데
차 이상의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한계점은
아내를 태우고 언덕길을 오르고 있을 때
힘없이 느려지는 속도와
뒤차의 짜증스런 헤드라이트의 반짝임.
경적이 우울하게 했다.

은색의 125cc 오토바이
그 둔탁한 울림과 속도감은
이 모든 우려를 종식하는 일이었다.

이제는 좀 더 시야를 넓혀
교외의 유원지로
소의 말하는 투어를 시작했다.

한적한 길에서는
얼마나 빠르게 달릴 수 있을까
토크를 최대한 당겨보고
코너를 돌 때의 경사각과
뒷바퀴의 미끄러짐 현상에
나만의 자신감을 키우고 있었다.

그가 내게 투어를 제안했을 때
어린아이처럼
소풍 전날의 설렘으로 전율했다.

열 서너 대의 각기 다른 오토바이들이
일시에 엇각으로 줄을 맞춰 출발을 하고
선두와 후미의 오토바이는
대열의 이탈을 막으려고 지휘를 했다.

서울에서 강원도 화천을 지나
다시 돌아오는 낯선 산길
깊은 계곡을 지나면서
아, 이 맛에 오토바이를 타는구나
그런 생각뿐이었다.

승용차와는 다르게
빠르게 느껴지는 속도감과
바람을 가르는 온몸의 전율은
오토바이를 타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

그 기분을 아내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자동차로 늘 익숙하게 넘었던
백운계곡의 정상에 다다랐을 때

아내도 나도
세상을 탁 틔워놓은 풍경처럼
기분이 한껏 부풀어 있었다.

늦은 점심을 산채비빔밥과 감자전으로
식사를 하고
한적한 시골 길을 지나
강원도 화천에서 경기도 가평으로
넘어가는 길이었다.

전날 비가 내린 후라
오후의 햇살은 눈부시게 좋았고
팔월의 녹음은 짙은 풀 향기를 뿜고
있었다.

이맘 때쯤에는
알 수 없는 들풀의 향기에서
추석이 가까이 오면
산으로 송편에 쓸 솔잎을 따던
그 어린 날의 설렘이 콧 내음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한껏 기분이 좋아진 나는
언덕길의 코너를 급하게 돌고 있었다.

사고는 순간이라 했던가

왼쪽 코너를 오르고 돌 때
순간
앞 바퀴가 미끄럼을 타고
오토바이는 왼쪽으로 넘어졌다.

다행히 내리막길이나
오르막에 차가 없어 이차 충돌은 피했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내의 안위가 걱정스러웠다.

아내는 아스팔트에 뒹굴었지만
다행히 무릎과 팔목의 타박상 말고는
크게 다진 곳이 없었다.

안도의 숨을 내시는 것도 잠시
왼쪽 무릎에 극심한 통증이
피와 범범히 된 모습으로 다가섰다.

옷은 해어지고
아스팔트에 쓸려 무릎은
주먹만 한 살가죽이 사라졌다.

팔의 토시를 벗어
지혈을 하고
넘어진 오토바이를 세우는데
시동은 좀처럼 걸리지 않았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깊은 산 중에
난감함이라니
후회는 밀물처럼 파고를 일구고 있었다.

밤사이 내린 빗물이
산의 흙을 내리막의 아스팔트에 모래로
흔적을 남기고 있었고
코너를 돌던 오토바이 바퀴는
인장력에서 모래를 밟고 미끄러졌다.

간신의 노력 끝에
오토바이는 다시 시동을 걸었고
집으로 오는 길은
즐거웠던 마음은 아랑곳없이
길고 지루한 통증과의 사투였다.

그리고 한 달,
아내와 나는 무릎에
서로 다른 훈장 같은 상처를 만들었다.

그만하기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우리는 전쟁통에 이산가족이 되더라도
서로의 상처를 만들었으니
못 찾는 일은 없겠다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더 조심스러운 오토바이 운행,
교차로 신호에는 목숨처럼 지켜야 한다는
강박,
음주 운전만큼은 죽음이라는 각오

대열을 정비한 각고의 신념들이
지금은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면
헬멧부터 챙기게 했다.

그 덕분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는
승용차가 먼지를 뽀얗게 쓰고
아까운 세금과 보험료를 도둑질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내와 나는 오토바이 투어를
즐기고 있다.

주말이면 시내와 대학가를 누비고
명절에는 장보기를 한다.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면
나는
날개를 가진 한 마리 새가 된다.

퇴근길에 느끼는 바람의 상쾌함으로
나의 삶은 보상을 받는 느낌이다.

오토바이 수리로 자주 찾게 되며
퀵서비스, 음식점 배달 오토바이,
여가로 타는 사람들의 면면,
여러 사람의 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우리 소시민들의 애환을
눈으로 귀로 피부로 느끼며 살고 있다.

무엇보다 그들의 눈을 빌려
이야기의 소재를 찾고 있는
나의 글쓰기에
돈으로 살 수 없는 많은 영감과 소제를
얻고 있다.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나는 달리고 있다.
오늘은 그들의 인생을 빌려
이 한밤에 시가 되고
이 새벽에 수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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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대기와 환경님의 댓글

profile_image 대기와 환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의 시와 수필이 그런 사연이 숨어 있었습니다.
안전장구와 교통법규 준수..
바람과 구름과 하늘을 바로 쳐다보면서 교감하는 시어들이
먼저 말을 할 것 같습니다.
늘 조심하시며 마음껏 대지를 날으며 새로운 영감과 소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용담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용담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재미가 있네요
오토바이에 관한 사연이 묻어나오는 글입니다
오토바이는 편리하지만 때로는 위험하기도 하지요
그래도 오토바이에 취미를 붙인다면
새의 날개를 단 것 처럼 참 좋지요
고운 글로 남겨 주시니 감상하기 좋네요
아무르박님 고맙습니다

아무르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용담호님
재미 있으셨다니 고맙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즐길 문화가
한 가지식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것이 남이 나를 보는
편견일지라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인생도 즐길 수 있을거란 생각입니다.
건강하세요.

몽진2님의 댓글

profile_image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젊은시절 오토바이를 즐긴적이 있었습니다.
건널목에서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뒤에서 달려오던
마을 버스에 치어 죽음의 문턱을 오간적이 있지요.
그 후로는 오토바이를 바라보기조차 싫어졌지요.
 간편하고  어디든 쉽게 다닐수 있어 좋긴하나
항상 안전을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시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아무르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 저런
큰 일날뻔 했습니다.
언제나 안전,  또 안전
안전은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위험은 예측하는 것은 아닐까요?

사고는 한 순간의 불행으로 다가오는 일
진심어린 충고에 감사드립니다.

몽진2 님,
어줍잖은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거듭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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