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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의 주인 (舌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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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99회 작성일 15-09-1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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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지장전

벽화 그림을 구경하며 뒷벽까지 돌아가니

도산지옥, 화탕지옥, 한빙지옥, 검수지옥, 발설지옥, 독사지옥

거해지옥, 철상지옥, 풍도지옥, 흑암지옥 등 여러 지옥의 그림이 외벽에 나열돼 있네.

벽화만을 보면 나는 죽어서 두루두루 이곳저곳 거쳐야할 지옥이 많기도 한데

유독 발설지옥(拔舌地獄) 벽화 앞에서 한참 서서 바라보네.

 

(拔舌地獄이라!)

벽화 속 그림에는 중앙에 명부 책을 편 심판관이 있고

그 앞에 우락부락한 형벌집행자 같은 괴인이 있어

불쌍해 보이는 한 죄인을 형틀에 묶어 강제로 그 죄인의 혀를 뽑고 있지 않은가

또 그 벽화 그림 속에는

다른 한 죄인의 혀도, 이미 형벌집행자가 최대한 뽑아 놓았는데

뽑힌 혀의 크기가 무려 죄인 몸집보다도 크고 그 혀는 땅바닥에 축 늘어져

마치 작은 목선(木船)만하네.

중벌 집행자는 아예 그 땅위에 늘어진 죄인의 혓바닥에

튼튼한 근육질 소를 몰고 올라가 삽날을 세워 혀를 쟁기질하고 있지 않은가

 

정말 지옥세계가 이렇듯 존재한다면

모르긴 해도 나는 발설지옥에서 꽤나 장기간 머물러야 할 것 같네.

알고 모르고 그동안 허투루 내뱉은 말들, 거짓, 착오, 난삽문필(難澁文筆)

써놓은 글줄도 꽤나 많은데

기억도 흐려서 이것들 다 나 스스로 기억을 못하는데

그러고도 앞으로도 꾸역꾸역 더 쓸 것만 같은데

죽기 전에 혀를 미리 뽑아놓고 가면 저세상 지옥에서

심판관에게 간신히 큰 벌을 면하려나?

 

될지, 안 될지 모르겠네만 혀를 뽑히지 않으려면

죽을 때 정신 바짝 차려, 나 죽었다고 가족들이 옆에서

울고불고 난리쳐도 (묵비권, 묵비권) 꼭 되뇌면서 죽을 일이고,

죽어서도 심판관이나 집행자 앞에서 절대 입을 벌리지 말일일세. !

혹시 나보다 먼저 지옥에 끌려가 이미 형벌을 받고 있는

나 같은 아마추어 동류글쟁이들과 일본의 징그러운

거짓 역사가 대표들을 만나면 그놈들 잘 만났다고

뭣 모르고 손짓하며 킥킥대고 비웃다가 나도 결국 입 속의 혀가 들통 나서 즉시로

집행자에게 혀를 뽑힐지는 모르겠네만, 이 벽화그림만 보면 잔인한

두려움보다는 집행자도 지옥도 재밌고 지옥도 해학적이어서

한편으론 그런 발설지옥(拔舌地獄)이 꼭 엄한 지옥에 있으면 싶기도 하네.

아무튼 살아서도 죽어서도 혀를 잘 지키고 볼일일세.

그렇다고 지레 겁먹어 혀 빠진 글을 쓰기는 싫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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