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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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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형식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285회 작성일 18-06-1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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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달리기


떠들썩한 체육시간 내내운동장  모퉁이에 우리  그림자는 분필마냥 딱딱하게 굳어 있었지교실 한구석에 소화기처럼 괜히 나만 붉어져서 말야


손의 속살이 서로 포개어지는 일은 사랑하는 사람과만 가능하다던 나의 어설픈 신념과 그냥 손만 잡는  뿐이라던어딘가 흐릿하게 떨리던 너의 음색우리들의 비브라토  사이에  계시던 선생님 눈에 너와  그저  개의 작은 비석으로 보이지 않았을까애써 던지면 줄곧 빗나가고 마는


 왜이리도 싫었을까작은  얼굴엔 유독 커서 맹하게만 보이던 무테 안경과 짧은 반바지 밑으로 뻗어나온 국기계양대 같은창백하고   다리가 


끝내 선생님은 며칠  여린 목밑에 둘러오시던 감빛 마후라를 끌러 내리시더니멍든 허공만이 가득  우리   사이에 쥐어 주시며 이러면 너희 둘이 결혼할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나는 너랑 결혼하지 않을 텐데정말 그럴 텐데 크게 아니라고만 외치고 싶었을까


손금마저 구겨지도록 세게 마후라를 움켜쥐고 우린 출발선에 들어선 것인데 이겨버리고만 싶었는데정말 이겨버리고 싶었는데 트랙을 반쯤 달려서 였을맥없이 처지는 너의 얕은 호흡과 안경알 너머 비뚤어진 초점이 걸려서 계속  발목에 걸려서멍하니 서서 결승선을 향해 내딛는 그림자들을 내려다보고 있을  밖에 없었던 거야


시간이 마비된 것처럼우리가 꼴찌라는 사실은 무뎠는데 손의 감촉은 생생했어 정말생생했는데 마후라젠장  마후라는 어디로 날았는지 종일 운동장을 뒤적여도 보이지 않았어 어찌나 꼭꼭 숨었던지 머리칼 하나조차 보이지 않았던 거야

댓글목록

체스님의 댓글

체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는 새로운 이름을 불어주어야 합니다.
허구적인 상상력이든 과학적이든 새로운 짝을 지어 달려야 합니다.
그런 점을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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