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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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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9건 조회 274회 작성일 18-08-06 09:49

본문

 

도라지꽃 비화 / 허영숙

 

 

박 씨의 농장에는 개가 네 마리 있다

암컷 한 마리에 수컷 두 마리

술 먹으면 개만도 못해 아내에게 개취급 받는 박 씨까지

 

수컷 한 마리는 과묵하지만 한번 덤비면 진짜 개 같은데

개소리만 크지 개 같지 않은 놈도 있어

개 같은 놈 눈치 바깥을 맴돌기만 하다가

암내를 맡으려고 할 때만큼은

개 같지 않은 놈도 개 같은 놈에게 달려들곤 했다

 

그래도 생일이라

동동주로 남편을 또 개로 만든 아내

거르고 난 술지게미가 아까워

개 같거나 개 같지 않거나 개는 개니까

개들에게 골고루 나눠 준 것이 問題

 

취한 수컷 두 마리가 앙칼지게 물어뜯고

싸우다가, 개 같은 놈은 지쳐 잠들고

개 같지 않은 놈은 비틀비틀

높이가 있는 도랑에 떨어져 피 흘리며 기절한 것이 答

 

비몽사몽 취해 개보다 더 개가 된 박씨

개가 죽은 줄 알고

그만,

구덩이에 개를 파고 산을 묻어버리고

 

취한 뒷산은 도라지꽃을 울컥울컥 뱉어내고

댓글목록

허영숙님의 댓글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바쁜 일들이 많아
시집 속의 시로 동인들께 안부 전합니다

얼마나 깊은 가을을 주려고 이리 더운지요

건강관리 잘 하십시오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
시인을 알고 시를 읽으면 즐거울 때가 있다. 예전엔 겉으로 보기엔 새침한 것 같았는데 딸아이 시집 보내고, 곧 할머니도 될 것이라서, 요즘 만나면, 어느 한편으론 투사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시는 시인의 성격 바깥으로 돌출한 경우가 드문데, 좀 낯설게 개,를 엄청 풀어 놓은 개판 오분 전 한 편을 읽는다. 갑장끼리는 아무것도 안해!가 우리의 인사법이지만, 친절하고 야무지고 싹싹하다.
이 시인의 시는 크게 과장이 없다. 오래된 내공으로 찬찬하게 세밀하게 관찰하고 쉬운 언술로 깊이 있는 시를 적는 시인이다. 시인이 젊게 사는 방법은 젊은 시를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뭐 이런 식으로 간단히, 아는 척하며 광을 팔았는데 독자들이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죽은 줄 알고
구덩이에 개를 파고 산에 묻어버리고,

선배님한터 이렇게 낯설고 대담한 시의 근육이 있는지
예전엔 미처 몰라뵈서 죄송,

멋졌습니다. ^^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흐~
천만다행
저 아시죠 딱 끊은거
딸꾹.
맛깔나게 그려 주셔서
부채질 할 틈도 없이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허영숙 시인님

성영희님의 댓글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개 소리만 크지 개 같지 않은 놈...
술을 핑계삼아 괜한 객기를 부리는
순진?한 개들도 많지요.
이런 시도 쓰시다니 화끈하시네요.
역시 멋져요. 허영숙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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