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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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248회 작성일 22-07-06 07:58본문
홍어
이명윤
죽음도 조금씩 숙성될 수 있어 좋다
죽음을 항아리에 담아 꽃처럼 피우는 일,
죽음이 차마 못다 한 말들
달빛 쏟아지는 담장 밑에 묻어 두고
그 울분을 천천히 삭이는 일
죽어도 무대가 끝나지 않아 좋다
납작 엎드린 생이던
구차하게 코가 낀 생이던
살아온 날들 알싸하게 발효되어서 좋다
어느 날 벌떡 일어난 죽음이
삶의 코끝을 쿡 찔러서 좋다
죽음의 지독한 말이
세상에 널리 널리 퍼져서 좋다
죽음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잎을 피운 죽음의 맛에, 엄지 척
즐거워하는 문상객들
둘이 먹다 둘 다 죽어도 좋다
죽음을 키워서 파는 동네에 가면
오랫동안 붉은 눈을 뜬 죽음이 곱절로 맛있다
댓글목록
정윤호님의 댓글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맛있어서 먼저 수저를 듭니다.
알싸한 죽음의 맛, 좋아서 마음에 담아갑니다.
무더위 속 격무에 늘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숙성된 시 한 편 읽습니다
코끝이 쏴~~~아 하고
혀끝이 얼얼한 역시나
뭐여,
뭣이당가
요러코롬 알싸하고 뒤끝이 깨끗한 시
짝짝짝 박수 보내고 갑니다
이시향님의 댓글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홍어
처음에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지만
중독성이 강하더군요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죽어서도 사랑받는 그런 삶을 살지 못했으니
홍어보다도 못한 .......
회한만 가득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대로 죽지 않으면 그 맛이 온전치 못하다고 야단들이지요
죽음의 숙성!!! 그 맛에 꼭 들어맞는 시어입니다.
알싸하게 코끝을 저미는 홍어의 맛을 제대로 알려주는,
아니 역설적으로 삶의 맛을 일러주는
문상객으로 자리한 사람들이 죽음의 맛을 읽고 반추하는 중의의 맛을
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