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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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265회 작성일 23-06-29 07:21본문
구순 어머니
/장 승규
내가 왜 그랬을까요
어머니
사십년 전
새댁이었던 그 시절
그때는 모두가 사는 게 어려웠습니다
매월 과외로 생긴 십만 원을 가난한 남편에게 주었지요
남편은 별로 고마워하지 않았다
그 돈을 그때
동생들 키우시느라 더 어려운 당신께 드렸다면
얼마나 고맙게 쓰셨을까
삼십년 전
내 딴엔 고가의 옷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 옷을 입어보고 싶어 하셨지요
그 마음 짐짓 모른 척하고, 처음 걸치고 나간 날
아끼느라 의자 뒤에 걸쳐두었다가 잃어버렸다
그 옷을 그때
어려운 살림하시느라 이렇다 할 옷이 없던 당신께 드렸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이십년 전
펜디 무늬옷을 하나 장만했습니다
그 옷을 입고 법당에 다녀오고 싶어 하셨지요
나도 오랜만에 장만한 새 옷이라
한 번도 단 한 번도 그리하시라 않았다
오늘 아침
그 옷을 옷장에서 발견하고. 창틀에 비둘기처럼 앉아 운다
빈 옷소매를 부여잡고
'못된녀언 못된녀언'
이제
당신은 이제, 그리하시라해도 못하신다
그땐 왜 그랬을까요
어머니
(남아공 서재에서 2023. 3. 28)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내의 이야기이다
좀처럼 털어놓지 않던 이야기를
울면서 털어놓았다
그래 실컷 울어라
내가 보기에는
당신은 그래도 착한 딸이다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80년 초라면 십만원이면
적은 돈도 아닌데
어찌 고마워하지 않으셨습니까?
구순 장모님 아직 생존해 계신다는 얘기인데
지금부터라도 잘 하시옵소서
저는 어머니가 98에 졸하셨지만 굽이굽이 후회스럽습니다
남은 시간이나마 잘하십시요
후회를 남기지 마시고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진수 시인님
그러게요.
난 기억에도 없네요.ㅎ
잘 해야드려야지요.
감사합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제 의사가
항암 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라고 하기에,
(말 같잖은 소리 하지 마) 지금 구십오 세입니다
그야말로 딱 잘랐습니다만......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치료를 안 하시겠다구요.
그래요.
그 연세라면
이시향님의 댓글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의 향기 채널로
7700 여분께 포스팅합니다.
매일 좋은 시 한편 읽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습니다....^^
장승규님의 댓글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향님
감사합니다.
남제도 시향님을 매일 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