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 있는 피츠제럴드 가의 "문장"에는 아기를 나르고 있는 비비라는 원숭이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그림 아래에는 "그의 친절함을 잊지 못하며"라는 라틴어로 된 제명이 쓰여 있었다. 어떻게 해서 문장에 그와 같은 그림과 제명이 새겨지게 되었는가? 여기에는 대단히 재미있는 사연이 전해 내려온다.
오래 전에 한 가족이 전쟁 때문에 피난을 가게 되자, 모든 집안 일을 한두 명의 늙은 하인들과 하녀들에게 맡겼다. 그런데 갑자기 적이 그 집안에 쳐들어오자 모든 사람들은 다 도망가 버렸다. 너무 급히 도망치는 바람에 하인들은 그 집의 상속자인 아기를 깜박 잊어버리고 도망쳤다. 그 때 아기가 아직 집 안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애완용 원숭이 비비가 요람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아기를 입에 물더니, 사람들이 그를 볼 수 있도록 지붕꼭대기에 올라갔다.
아기를 문 비비가 지붕 위에 있는 것을 본 하인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 버렸다. 그러나 비비는 아기를 땅에까지 안전하게 옮겨왔다. 그 아기의 아버지가 돌아왔을 때 그는 자신의 상속자를 구해준 것이 말 못하는 동물임을 알았다. 그는 비비라는 원숭이에게 무한한 은혜를 입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가문의 문장 중앙에 그 원숭이를 새기라고 명하였다. 또한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문구를 그 아래 새겨 넣으라고 하였다.
"그의 친절함을 잊지 못하며."
영상제작 : 동제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입술로만 사랑하지 말고 따뜻하게 안아 주세요.
우리는 누군가 나를 포근히 안아주길 바랍니다. 편안하게, 진심으로 따뜻하게 사랑해 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랍니다.
여자만 그렇게 바라는 게 아닙니다. 남자도 그렇습니다.
어린이도 누군가 자기를 안아주고 인정해 주길 바라고, 늙고 쇠잔해져 가는 사람들도 안아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어주길 바랍니다.
모든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사랑 받기를 갈구합니다. 지금 우리는 너무 외롭게 살고있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먼저 따뜻한 사랑으로 안아 줘 보세요.
그 상대가 사람이든 다른 것이든 따뜻하게 먼저 안아주면 그도 당신을 따뜻하게 안아줄 것입니다.
출처 :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중에서
영상제작 : 동제
가두리 꿩 사냥
수꿩은 어느 한 산에 한 마리밖에 살지 않는다. 일부다처이긴 하지만 자신이 행세하는 영역 밖에 사는 남의 각시 꿩들을 넘보거나 추파를 던지는 법이 없다. 이렇게 남녀유별하다 하여 시어(詩語)에서 꿩을 덕조(德鳥)라 곧잘 읊었던 것이다.
만약 바람기 있는 암컷이 옆 산의 남의 서방 꿩에 추파를 던지는 일이 있으면 수놈끼리 피투성이의 결투를 벌인다. 어느 한쪽이 죽거나 두 마리 다 죽거나 하는 사생결단이지, 약세라 하여 도중에 도망치거나 하는 법이 없다 한다.
옛날 무신들이 머리에 꿩 깃을 꽂고 다닌 이유는 바로 사생 결단하는 수꿩의 용기를 숭상하고 본뜨기 위한 것이라 한다. 또한 자신이 활동하고 지배하는 영역을 보호 사수하는 영역 감각이 대단한 속성도 무신이 꿩 깃을 꽂고 다니게 한 요인이라고도 한다. 옛 병법에 보면 수꿩이 지배하는 영역 그대로를 요새화하면 난공불락이라 하여 치성(雉城)들을 많이 쌓고 있기도 하다.
꿩이 우리 한국인의 인상에 좋게 아로새겨진 데는 그밖에 강인한 모성애 때문이기도 하다. 산불 속에서 제 새끼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면 그를 구하러 날아들어 타 죽거나 알을 품고 있는 중에 산불이 나면 불에 타 죽을지언정 날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알려진 꿩의 습성인 것이다.
뿐만 아니다. 은혜를 입으면 보은한다는 새로도 알려져 있다. 구렁이한테 감겨 죽어가고 있던 꿩을 살려준 한 서생에게 그 꿩이 죽음으로써 보은한 설화에서 치악산(稚岳山)이란 산 이름과 상원사(上院寺)가 연기(緣起)되고 있다.
그런 꿩을 가로 세로 겨우 7-8 미터 남짓한 방에 가두어놓고 석궁을 쏘아 살생하는 가두리 꿩 사냥이 성행하고 있다 한다.
장마가 지면 길에 나다니는 벌레를 밟더라도 죽이지 않게 하고자 오합혜(五合鞋)라는 느슨하게 삼은 짚신을 신고 나들이했던 우리 선조요, 피를 빠는 이를 잡더라도 죽이지 않고 보살통(菩薩筒)이라는 대통에 담아 나뭇가지에 매어두었을 만큼 살생에서 초연한 조상들이었다. 그 후손들의 동물 학대가 이 지경에 이르고 보니 충격이 더 크다. 짐승을 가두어 놓고 쏘는 가두리 사냥을 한 사람은 아마도 우리 역사에서 연산군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시 사냥을 삼가길 상소하는 소문에 보면, 짐승은 가두어 놓고 쏘지 않으며, 불을 지르거나 물을 등지게 하고서 몰지 않으며, 새끼와 더불어 있으면 쏘지 않으며, 쫓겨 가다가 지쳐 도망치기를 멎고 돌아보고 서 있으면 쏘지 않으며, 떼 지어 있으면 놀라게 하여 분산시킨 다음 한 마리만 쫓는 것이 엽도(獵道)라고 했으니 너무나 인간적인 사냥 정신이 우리에게 계승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데도 하필이면 온 세상이 자연 환경과 동식물 보호에 눈을 벌겋게 뜨고 있는 이 시점에 그 못된 짓을 자행하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