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 20 여 년 전 )
가을걷이가 거의 끝나 갈 무렵,
아마 이 맘 때쯤이었을 것이다.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간 적이 있었다.
어머니는 아침 일찍 밭에 가셔서
풋고추와 이것 저것 야채들을
수확해서 시장에 팔러 간 것이다.
아직 어린 난 학교에도 다니질 않아
엄마마저 없으면 심심하고,
혹시나 시장에 따라가면
엄마가 맛있는 거 사줄 거라는 소박한 기대감에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0 리가 되는 길을 어머니를 따라 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10 리를 걸어가신 어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는 시장 한구석에 자리를 잡으시고 가져온
물건을 팔기 시작했고
그 때까지만 해도 난 무척 좋았다.
어머니가 물건을 팔기 시작할 즈음,
앞집 아주머니도 시장에 와서
울 어머니 옆에서
탐스럽게 익은 홍시를 팔았다.
앞집 아주머니는 제법 장사가 잘 되었다.
날개 돋친 듯 잘 팔렸다.
그러면 그럴수록
어머니의 물건 파는 목소리는
더욱 더 작아지고 있었다.
더 이상 그런
어머니를 볼 수 없었던
난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놀았다.
아니 시간이 지난 후 가면
우리 어머니가 가지고 온 풋고추도
잘 팔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앞집 아주머니는 오전도 안돼
다 팔고 벌써 집에 가고
우리 어머니만 혼자 쓸쓸히
자릴 지키고 있었다.
오전 내내 하나도 팔지 못하신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하는 수 없이 장사를 접으시고
다시 그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향하셨고,
난 아무 말도 못하고 어머니 뒤를 따라가며
한없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 고생하시는 모습, 이제 보기 싫습니다.
못 보겠습니다.
'내 새끼, 내 보배' 라며
보듬어 주시던 따뜻함, 이제 돌려 드릴게요.
내내 행복하게 해 드릴게요.
- 사랑밭 편지 -
- html By 김현피터 -
고향의 노래 (Song of the home) 김재호 詩 / 이수인 曲
소프라노 김순영 - 고향의 노래
1. 국화꽃 져 버린 겨울 뜰 악에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
아 ― 이제는 한적한 빈들에서 보라
고향길 눈 속에 선 꽃 등불이 타겠네
2. 달 가고 해 가면 별은 멀어도
산골짝 깊은 골 초가 마을에
봄이 오면 가지마다 꽃 잔치 흥겨우리
아 ― 이제는 손모아 눈을 감으라
고향집 싸리 울엔 함박눈이 쌓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