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약효가 빨리 나타나는 비아그라가 좋을까? 글 : 김세철 / 명지병원장 |
지금 국산 복제약을 포함하여 100여 가지의 발기약이 시판되고 있다. 해당 제약회사는 서로 자사의 약이 좋다고 홍보하는데 그 중 하나가 약효가 빨리 나타난다는 것이다. 발기약은 작용 지속시간에 따라 4시간의 단시간, 36시간의 장시간, 12시간 지속의 중간 약으로 분류된다. 약의 작용지속시간과 약의 효과가 얼마나 빨리 나타나는지는 별개의 이야기이다. 어떤 약은 필름이나 과립형으로 제조되어 입에서 침에 의해 저절로 녹아 바로 흡수되어 혈액으로 유입되므로 식사와 관계 없이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고 알고 있지만 입에서 녹아 장으로 내려가 흡수되므로 알약과 마찬가지로 식후 바로 복용하면 흡수에 지장이 있고 알약보다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남성들은 예기치 않게 성관계를 가질 기회가 생겼을 때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약을 원할 것이다. 그러나 발기약은 복용 후 약 15분 정도 경과하면 발기반응이 나타나지만 아직 혈중 농도가 최고치에 도달하지 않았으므로 이 때 성교 성공률은 21~35% 정도에 불과하다 (표 1).
▲ 남성의학자 김세철의 성(性)스러운 이야기 |
최근 개발된 입에서 녹아 혈액으로 흡수되는 ‘바데나필 ODT’ (oro-dispersible tablet)는 약 복용 후 15분 내 성교 성공률이 62.5%, 16~30분 내 성공률이 65.3%이므로 약 복용 후 30분 이내에 성관계를 가져야 하는 경우에 적절하다. 그러나 바로 혈액으로 흡수되면 혈중 농도가 갑자기 증가하여 혈압 강하 등의 전신 혈관성 부작용이 통상의 발기약 보다 심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임상시험 결과 대부분의 부작용은 경도 또는 중등도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통상적인 성관계에서도 약효가 신속하게 나타나는 것이 정말 중요할까? 2007년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성의학자들의 모임에서 참석자의 36%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응답이 나온 이유는 2005년 성의학회지에 남녀가 성관계를 갖는 시간을 조사한 보고에 의하면 남성의 48%는 저녁 또는 밤에, 5%는 아침에 가졌지만 30%는 일정한 시간대가 없었다 (그림 1).
▲ 남성의학자 김세철의 성(性)스러운 이야기 |
성관계 마음먹고 실행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0~60분
성관계를 갖게 되는 시간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것은 주로 외적 요인으로 직장출근시간이 33%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가 옆에 있어서’가 23%를 차지했다. 또 남성 성교의 1/2, 여성 성교의 2/3는 사전에 전혀 또는 거의 예측하지 않게 일어났다. 그러므로 성관계를 예기치 않게 갖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약을 선호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성관계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후 성관계를 갖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발기부전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에게 물어보았더니 43%는 30분 이내, 39%는 1시간 이내로 응답하였다.
그렇다면 실제 소요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2004년 영국의 스파이어 리즈병원 어들리 연구팀의 보고에 의하면 발기부전 남성과 정상 남성이 성관계를 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배우자와 성관계를 갖기로 마음먹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각각 평균 10분, 10분이며, 남성과 여성 배우자가 성관계를 갖기로 마음먹고 전희를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5분, 5분이고, 전희를 시작하고 성관계를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 10분으로 총 30분, 31분 소요되었다. 발기장애 남성과 정상 남성 사이에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발기부전 남성과 정상 남성이 성관계를 갖기로 마음먹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각각 31.5분, 28.2분, 성관계를 갖기로 마음먹고 전희를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4.3분, 14.4분, 전희를 시작하고 성관계를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4.0분, 14.2분으로 총 걸리는 시간이 59.8분, 55.8분이었다. 어들리 조사보다 2배 소요되었으나 역시 발기장애환자와 정상인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성관계를 갖기로 마음을 먹고 실제로 성관계를 갖기까지 30~60분 걸린다면 발기약이 그렇게 빨리 약효가 나타나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성관계를 갖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 약을 먹어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진행하고 전희 시간을 늘리면 충분한 약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약력 - 김세철
명지병원장
E-mail : saeckim@unitel.co.kr
경북의대 졸업 후 동 대학 부속병원에서 비뇨기과를 전공하였고, 뉴욕 브루클린 메디칼센터에서 연수하였다. 중앙대학교 비뇨기과 교수, 병원장, 의료원장, 의무부총장을 역임하였다.
학술활동으로 대한남성과학회, 대한생식의학회, 대한성학회 회장, 대한비뇨기과학회 이사장, 아시아-태평양 성의학회장, 한일비뇨기과학회장, 제3차 아시아비뇨기과학회 사무총장, 제8차 국제남성과학회 조직위원장, 국제성의학회 공식학술지 (Journal of Sexual Medicine)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지금까지 주로 남성의학관련 논문을 300여편 발표하였고, 대한비뇨기과학회 학술상 5회, 유한의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남성의학', '남성성기능장애의 진단과 치료', '전립선질환의 모든 것' 등이 있다. 신문방송활동도 많이 하여 KBS TV '비타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아침마당', '생로병사', MBC TV '명의가 추천하는 건강한 밥상' EBS TV '명의', 등에 출연하였고, MBC, SBS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현재 명지의료재단 명지병원장, 한국의료질향상학회장,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정심의위원장, 한국전립선관리협회 이사장, 서울고등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이다. 중앙대학교 대학원 의학 박사.
출처 : 조선일보 201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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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5-11-11 05: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