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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 철학이야기] 칸트의 도덕법칙 - 이 멧돼지 못 봤다고 거짓말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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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24회 작성일 16-01-2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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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멧돼지 못 봤다고 거짓말해도 될까요?


[칸트의 도덕법칙]


칸트
갑자기 귀여운 아기 멧돼지가 교실로 헐레벌떡 뛰어들어 구석에 숨었어요. 곧이어 험상궂게 생긴 농부 아저씨가 교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서는 멧돼지가 이 교실로 들어왔느냐고 물어요. 그러면 여러분은 어떻게 답할 건가요? 아마도 동물 친구를 보호해주려고 교실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이처럼 착한 마음으로 하는 거짓말을 선의(善意)의 거짓말, 영어로는 '하얀 거짓말(white lie)'이라고 해요. 우리는 흔히 이런 선의의 거짓말을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선의의 거짓말이 늘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에요. 사실은 아저씨가 어린 자식들을 기르는 선량한 농부고, 멧돼지는 아저씨가 한 해 동안 열심히 기른 농작물을 망쳐 놓은 상황일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여러분은 인간에게 큰 피해를 준 동물을 숨겨준 나쁜 행동을 한 셈이에요. 그렇다면 선의의 거짓말은 나중에 밝혀지는 결과에 따라 좋은 행동이 되기도 하고 나쁜 행동이 되기도 하는 걸까요? 아니면 착한 마음으로 한 행동이니까 결과에 상관없이 좋은 행동일까요?

◇칸트라면 "멧돼지 여기 있다"라고 순순히 말했을 것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1724~ 1804)는 "거짓말은 무조건 옳지 않다"고 말해요. 선의의 거짓말도 엄연히 거짓말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낳든 나쁜 결과를 낳든 무조건 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때 결과를 예측하고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좋은 결과가 예측된다면 때로는 거짓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나 칸트는 "결과를 예측하는 모든 행동이 옳지 않다"고 말했답니다. 앞에서 나온 사례를 다시 생각해보아요. 만약 농작물을 망친 멧돼지가 농부에게 붙잡힌다는 결과를 예측하고 정직하게 대답했다면 어떨까요? 그 결과가 꼭 좋을까요? 농부에게 붙잡힌 멧돼지가 잘못을 뉘우치고 사람이 기른 농작물을 건들지 않는 착한 멧돼지가 될까요? 멧돼지도 할 말이 있을 거예요. 먹을 게 없어진 산에서 내려와 어쩔 수 없이 농작물을 건드렸다고요. 그러나 멧돼지가 무사히 도망가게 하면, 그다음 해에도 농사를 망쳐놔 농부 아저씨가 어린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힘들어질 수 있어요. 우리는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행동하지만, 실제 결과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어요.


그림=정서용

칸트는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 결과와는 무관하게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도덕법칙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만약 정직하게 대답했다 해도 그것이 좋은 결과를 예측하고서 한 것이라면 올바른 정직이 아니에요. 정직은 결과가 어떨 것이라는 예측 없이 우리가 무조건 지켜야 할 의무라는 게 칸트의 생각이었어요.

지금 신문을 쥐고 있는 여러분 손가락을 벌려 보세요. 신문이 아래로 떨어질 거예요. 이것은 자연법칙이죠. 이 법칙에는 예외가 없어요. 마찬가지로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도덕법칙에도 선의의 거짓말과 같은 예외가 있어서는 안 돼요. 신문이 아래로 떨어진다는 사실이 꼭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아요. 아래로 떨어진 신문을 강아지가 물어뜯어서 못 보게 될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만약 사람이 원하는 대로 신문이 때로는 아래로 떨어지고 또 때로는 공중에 붕 뜨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분명 온 세상은 혼란스러울 거예요. 자연법칙이 있기 때문에 자연세계가 질서 정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요.

도덕법칙도 마찬가지예요. 도덕법칙에 따르는 행동이 때로 좋은 결과를 낳고 때로 나쁜 결과를 낳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이 자기 맘대로 결과를 예측해서 도덕법칙에 어긋나게 행동한다면 결국 더 많은 다툼이 벌어질 수 있어요. 도덕법칙 덕분에 인간 세상에 질서가 생기는 거예요.

◇도덕법칙 지키는 자유가 진정한 자유

그런데 자연법칙과 도덕법칙에는 차이가 있어요. 자연법칙은 예외 없이 모든 경우가 척척 들어맞아요. 그러나 도덕법칙은 사람들이 어기는 경우가 많아요. 인간은 자연과 달리 자유로운 존재예요. 손가락을 벌리면 신문은 예외 없이 떨어지게 되어 있지만 인간은 도덕법칙에 어긋나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인간에게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죠. 칸트는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를 반드시 도덕법칙에 맞도록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도덕법칙에 맞게 자유를 실천할 때 우리가 가진 자유를 진정한 자유라 할 수 있어요.

다행스럽게도 인간에게는 자유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신문이 아래로 떨어진다는 자연법칙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무엇이 도덕법칙에 맞는 행동이고 무엇이 도덕법칙에 어긋나는 행동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칸트는 이 능력을 실천이성(實踐理性)이라고 불렀어요. 신문을 비롯한 사물들은 자유 없이 자연법칙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위대하다고 볼 수 없어요. 그러나 인간은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든가 다른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는 등 도덕법칙을 스스로 판단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기 때문에 능동적이고 위대해요.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될 때마다 칸트의 말을 되새겨 보아요. 나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고 계산하는 대신 그 행동 자체가 과연 옳은 것인지 옳지 않은 것인지 생각해 보아요. 우리에게는 모두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판단할 능력이 있거든요.


출처 : 조선일보 2016.01.28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 채석용 대전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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