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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30 08:37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373  

숲에서 보낸 편지 6

 

                                          

김기홍

 

 

나무는 바람을 부르지 않는다.

푸른 창문열쇠 비밀번호를 풀어놓고

쭉 뻗은 팔을 올려 겨드랑이마저 내놓는다.

암흑의 시대

푸른 창문 안에 감출 것도 없는데

난데없이 들이닥친 바람의 노예들은

잠그지도 않은 작은 창문들을 걷어차고 들어가

큰 방 작은 방 요란하게 뒤지다

기어이 몇 개의 팔과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떠났지만

나무는 바람의 발자국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때로는 뿌리째 흔들려 기울어도

낮게 흐느끼며 스스로 안정을 찾아 떠나는 여행

수고한 붉고 노란 창문을 떼어낸 뒤

꺾이고 뒤틀린 가지들 데리고

찬 기운 눈밭에 들어 고요히 명상에 잠긴다.

숲은 바람을 키우지 않는다.

나무는 바람을 붙잡지 않는다.

 

 

C151x151.jpg

1984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공친 날』 『슬픈 희망

제1회 농민문학상 수상


LA스타일 17-09-04 05:58
 
좋은글 감사합니다.. 건필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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