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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06 13:2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096  

나를 기다리며

 

이윤설

 

나를 기다리다 일생이 다 떠나버리고

하려던 복수도 떠나버리고

그토록 다르던 너희들과 함께 같은 침대에 누워

기다리던 사람이 오지 않는 것도 상관없는 또 알뜰히 지워지는 하룻잠을

당신에게 청하여 본다

심각한 얼굴은 마라 말도 말아라 꿈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 심야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그래놓고도 울리는 벨소리가 핏줄처럼 질긴 건

못할 복수로나마 나를 청하는 걸 안다

나를 기다리다 너희들이 되고 너희들은 있지도 않은 나를 요청하여

누구로서도 풀지 못할 사나운 꿈자리가 되는 걸 안다

그래 알기를 원했던 건 오직 내가 올 것인가 와서 너희들과 더불어

지금 없는 나를 낳아주는 거였다

당신이 나를 놓아주는 거였다

물결이 주름을 떠밀어버리고

문설주에 기대 앉은 먼지에게 나를 입혀주는 것이었다

내가 와서, 하지 못한 일생 동안의 복수를

당신의 이름으로 사하여 주는 것이었다

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 그렇다고 해야 하는 것이다

일생.

 

- 웹진 시인광장20158월호

 

 

이윤설시인.jpg

1969년 경기 이천 출생

명지대 철학과 및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4<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

2005년 국립극장 신작희곡페스티벌, 거창국제연극제 희곡 공모 대상

2006<조선일보><세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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