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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07 08:5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373  

새처럼 앉다

 

임정옥

 

검은머리물떼새 한 마리

강가 흰 모래톱에 앉아 있다

풍경이 된다는 것은 혼자가 되는 것

새는 무리에서 떨어져 앉았다

강은 팽팽하게 흘러가고

그 위로 낯선 새들의 이름이

푸른 포물선을 펼치며 날아갔다

강가엔 붉은 양산을 든 자운영

소풍 길 여학생처럼 산들어지는데

덩달아 길을 나서는 풀꽃들의

싱싱한 웃음소리 흐트러지는데

날개 펴는 아득한 소리

등 뒤에서 듣는다

또 한 무리 새들이 일어서

깃발처럼 날아간다

길은 원근법으로 지워지고

지워지는 길을 따라 저녁이 온다

더는 아무것도 날지 않는 시간

나는 강둑에서 일어나 두어 걸음 옮겨

짙은 어둠 곁에 새처럼 앉았다

  

- 임정옥 시집 어머니의 완장(황금알, 2012)에서

 


임정.jpg

경남 양산에서 출생

2003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해 등단

시집 어머니의 완장

제8회 울산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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