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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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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12 14:2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428  

외상값 갚는

 

김회권

 

 

아내가 쥐어준 에어컨 수리비 오만 원

장터목 샛길로 들자 윷판이 한창이다

 

외람되게 자꾸 쏠리는 눈길

잘하면 공돈에 막걸리가 절로 굴러올 거란 생각

나는 마부에게 돈을 걸고 멍석에 쭈그리고 앉아

내 생애 가장 빛났던 날을 떠올리며

허공 가득 종기윷을 뿌린다

 

길들인 순한 양처럼 다소곳이 모이는 윷들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내리 세 판을 이기자 단박 손에 쥔 뭉칫돈

세상일도 요리 잘 풀리면 오죽 좋으랴

 

순간 뱁새눈으로 날 흘겨보는 상대

이번 막판 덮어쓰기로 끝장내잔다

나는 이 판 이기면 매몰차게 일어서리라

그리하여 오늘을 시발로 몇 날 동안

아름다운 술고래로 즐겨 살리라

 

땀 배인 손 문지르며 허공 가득 윷을 붓자

일제히 뒤를 쫓는 비릿한 눈빛들

그때 윷 하나,

급작 항로를 이탈하나 싶더니

그만 맨땅에 곤두박질이다

 

눈 앞 깜깜히 바서지는 파편

땅이 푸욱 꺼지다

 

- 김회권 시집우아한 도둑(푸른길, 2017)에서

 

 

김회권(사진).jpg

1959년 전북 전주 출생

2002문학춘추로 등단

시집숲길을 걷는 자는 알지』『동곡파출소』『우아한 도둑

산문집뜨락에서 꽃잎을 줍다』『꽃처럼 웃다가 주름진 얼굴로 가라

2006, 2009, 2017년 광주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2013년 광명신인문학상, 2015년 오산신인문학상, 복숭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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