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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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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14 11:1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145  

미움의

 

정낙추

 

 

  그래, 사랑하니까 흉보고 미워한다

 

  더럭더럭 앓으면서 아프다고 하면 속 터지지나 않지 먹을 것 다 챙겨

먹다가도 딸네들 오면 괭이밥 먹듯 하고 골치를 싸맨다니까 툭하면 죽는

타령 하면서도 약이라면 환장하기에 약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고 했더니

대뜸 보약 한 번 사줘 봤느냐고 역정을 내더라니까 늙으면 애 된다고

하더니 꼭 미운 일곱 살이여 귀 어둡다고 해도 살짝 흉보는 귓속말은

귀신같이 알아듣고 따지러 든다니까

 

  야, 이 잡것들아! 늙으면 다 그렇게 되는 거야 너도 늙어봐라 아마

  그런 시어미 밑에서 보고 배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라

  

   흉 실컷 보고 욕 실컷 해라 그래야 근력 난다

   온종일 팔랑팔랑 부채질하는 콩잎에

   맞장구치며 신명 난 아낙들

   입 따로 손 따로 놀려도 일머리는 봄꽃 지듯 빠르다

   여름 해 막 기울어서야

   호미질 멈추고 입 다문 채 콩밭에서 나오는 맑은 얼굴들

   저녁놀이 살짝 베물었다 놓는다

 

   그래, 흉보고 욕하는 것도 사랑이다

 

 

- 정낙추 시집 미움의 힘(천년의 시작, 2016)중에서

 

 

 

정낙추.jpg

1950년 충남 태안 출생

2002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시집 그 남자의 손』 『미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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