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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15 08:57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283  

통조림은 이 문제다

 

이영수

 

   통조림은 죽는 날짜를 궁둥이나 이마빡에 붙이고 태어난다 수천의

쌍둥이 형제들 포장된 채 어딘가로 간다 쿨렁쿨렁 메스꺼운 속을

토하고 싶어 서로 등을 밀며 건더기들이 한쪽으로 쏠린다 상처이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기억 꼭꼭 봉한 채 내 이식된 뿌리들 썩고 있다

진열장에 층층이 포개진 기억의 집도 붉은 반점의 저승꽃 피어 죽음이

스며난다 진공상태로 내 기억이 통조림에 들었다면 영영 기한이 지나지

않길 빈다 만일 기한을 적어야 한다면 천만 년 후로나 적어 살아 있음을

자유롭게 하리 누가 망상의 내 눈꺼풀을 잡아당겨 눈 속을 들여다본다

그때 내가 처음 물어야 할 것은 포장된 기억에 관한 것일까 내 이식된

외눈의 슬픔이 하늘을 닮아 푸르냐고 묻고 추억이 상하지 않았는지

맛보아야 할까 찌그러진 통조림은 급하게 토한다 너무 오랫동안 숨을

못 쉬었나

 

- 이영수 시집 나는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한다(천년의 시작, 2002)중에서

 

 

이영수.jpg

경남 함안 출생

1996<진주신문 가을문예> 시 당선

1998문학동네로 등단

시집 나는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한다

고양이 속의 아이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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