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09-22 14:17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528  

그 많던 귀신은 다 어디로 갔을까

 

 곽효환

 

 

   섬섬한 별들만이 지키는 밤 

   사랑채에서 마당 건너 뒷간까지는 

   수많은 귀신들이 첩첩이 에워싸고 있었다 

   깊은 밤 혹여 잠에서 깨기라도 하면 

   새까만 어둠 속에 득실거리는 

   더 새까만 귀신들 때문에 

   창호지를 바른 덧문을 차마 열고 나갈 수 없었다 

   대청 들보 위에는 성주신 부엌에는 조앙신 변소에는 

측간신 그리고 담장 밖에는 외눈 부릅뜬 외발 달린 

도깨비들…… 

   숨죽이며 가득 찬 오줌보를 움켜쥐고 참던 나는 

   발을 동동 구르다 끝내 울음을 터뜨려 

   잠든 할아버지를 깨우곤 했다 

   문틀 위에는 문신이 파수를 서고,지붕 위에서는 

바래기기와귀신이 망을 보고, 어스름밤 골목에서는

달걀귀신이 아이들의 귀갓길을 쫓고,뒷산 묘지에는

소복 입은 처녀귀신이, 더 먼 산에는 꼬리 아홉 달린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한다는…… 

   우리가 사는 곳 가는 곳 어디에나 드글거리던 

   깜깜했으나 해맑게 흥성대던 그때 

   그 많던 귀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수만 킬로미터 밖 위성사진에서도 

   밝게 빛나 환하기만 한 밤 풍경을 벗어나 

   아이와 함께 돌담을 따라 난 고샅길을 걸으며 

   밤하늘에 뜬 별들을 헤아리는데 

   내가 받았고 다시 내 아이에게 건네줄 

   마을 가득했던 몸서리치는 무서움은 

   눈망울에 가득 찼던 호기심은 

   그 꿈은 다 어디로 숨었을까 

 

 

-시인수첩2017년 가을호에서

 

 

곽효환 시인.jpg

 

건국대학교와 언론홍보대학원 졸업. 고려대학교 문학박사

1996<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2년 계간 시평등단

시집으로인디오 여인지도에 없는 집』『슬픔의 뼈대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11회 애지문학상, 14회 유심작품상 수상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40145
1326 발해로 가는 저녁 / 정윤천 관리자 08-20 66
1325 천적 / 김학중 관리자 08-20 80
1324 딱새의 작은 고추 / 김상미 관리자 08-16 349
1323 자정의 심리학자 / 최서진 관리자 08-16 243
1322 뿌리의 생각 / 최금진 관리자 08-14 377
1321 악몽은 밤에 더 번성하죠 / 장석주 관리자 08-14 240
1320 코너 / 정영효 관리자 08-10 347
1319 늪의 입구 / 연왕모 관리자 08-10 318
1318 소라껍질 모텔 / 김효은 관리자 08-08 360
1317 5호선 / 나기철 관리자 08-08 335
1316 닫힌 문 / 백우선 관리자 08-07 403
1315 문어탕 / 김상미 관리자 08-07 279
1314 가정의 행복 / 김 안 관리자 08-06 385
1313 오이에 대한 오해 / 이용헌 관리자 08-06 289
1312 아름다움에 대하여 / 윤제림 관리자 08-03 612
1311 젖다 / 마경덕 관리자 08-03 482
1310 푸른 용수철 / 박현수 관리자 08-02 404
1309 의자들 / 이명윤 관리자 08-02 439
1308 밤 속의 길 / 김해자 관리자 08-01 488
1307 핑크 / 임혜신 관리자 08-01 427
1306 불가능한 호 / 박장호 관리자 07-31 370
1305 햇살 통조림 / 이향지 관리자 07-31 377
1304 사랑의 출처 / 이병률 관리자 07-30 604
1303 낚시터 여자 / 이영광 관리자 07-30 465
1302 측은하고, 반갑고 / 한영옥 관리자 07-27 659
1301 뒤늦게 열어본 서랍 / 최예슬 관리자 07-27 603
1300 총잡이 / 이동호 관리자 07-26 512
1299 가을에 핀 배꽃 / 이만구 관리자 07-26 664
1298 순간의 꽃 / 김용두 관리자 07-24 875
1297 적산가옥 / 신미나 관리자 07-24 609
1296 별을 지나서 / 김영미 관리자 07-23 810
1295 비 개인 날의 오후 / 박미숙 관리자 07-23 700
1294 기상예보 / 김백겸 관리자 07-19 897
1293 모란 / 윤진화 관리자 07-19 885
1292 액자 속 액자 / 한정원 관리자 07-17 898
1291 나는 대기가 불안정한 구름 / 장승진 관리자 07-17 792
1290 드레스 코드 / 박종인 관리자 07-16 759
1289 거미박물관 / 박설희 관리자 07-16 704
1288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류미야 관리자 07-13 1168
1287 별빛 한 짐 / 이원규 관리자 07-13 1042
1286 넙치 / 박성현 관리자 07-12 870
1285 먼지벌레 / 신혜정 관리자 07-12 873
1284 맹점의 각도 / 한성례 관리자 07-11 901
1283 적막 한 채 / 나병춘 관리자 07-11 890
1282 신도. 시도. 모도. / 이 권 관리자 07-10 912
1281 바람의 사어 / 이철우 관리자 07-10 991
1280 안옹근씨를 찾습니다 / 정 호 관리자 07-09 889
1279 풀잎 사랑 / 윤여옥 관리자 07-09 1180
1278 푸른 눈썹의 서(書) / 조경희 관리자 07-06 1113
1277 배낭이 커야 해 / 박형권 관리자 07-06 1055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