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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10 14:5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49  

서른을 훌쩍 넘어 아이스크림

 

서효인

 

 

  우리는

  아직 아버지는 아니고

  어머니는 더더욱 아니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에 적당할 나이

  책상 위에 놓인 청첩장의 디자인을

  살펴볼 나이 예쁘고 작은 종이에서 단서를 찾아

  남의 삶 전반을 추리하는 나이 그럼 그렇지 그렇다면

  대봉하는 나이

  나는 오늘 저녁 좋은 아빠의

  상징인 베스킨라빈스에 갔다

  단단하게 얼어버린 설탕 덩이를 뜨는 아르바이트 학생의

손목을 애처롭게 여기는 나이지만 카드를 내밀기 전 얼음

처럼 차가워지는 나이이며 포인트 적립과 사은품을 챙기며

드라이아이스가 되는 나이이다

  초콜릿과 녹차가

  섞이고 가운데는 단단한데

  한갓진 데는 녹기 시작한 나이가 됐다 이렇게

  얼마나 이렇게 더 살아야 하나 20년 지나 30

  나는 은행과 약속을 했다 죽지

  않기로 성실히 살기로 이 약속은 녹지

  않는다 동료의 조모상을 알리는 문자가

  온다 우리 할머니가 몇 살이더라

  남의 삶 전반이 가늠되지 않는

  나이 우리는

  단 것을 먹으면 혀가 간지럽고

  쓴 것을 먹으며 혀를 긁는다

  건강을 위해 이렇게

  내가 좋은 아빠다 죽지 않는 아빠다

  노인의 빈소

  모락거리는 연기

  아이스크림이 녹고 있다

  드라이아이스는 제 할 일을 다하고

  30년의 장례를 준비한다

  삼가,

  열심히 녹으면서

 

 

- 월간 시인동네2017.10월호

 

 

서효인.jpg

1981년 전남 목포 출생

전남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6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에세이 잘 왔어 우리 딸』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30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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