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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18 08:5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799  

어깨로부터 까지

 

   김중일

 

 

내 어깨에 기대어 오 분이나 잤는지 너는, 물빛 선연한 꿈을 꿨다는데 거짓말처럼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내 어깨에 기대어 한숨 자고 난 너는, 몇 년간이나 파도처럼 밀려왔던 차가운 꿈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잠든 새 기대어 있던, 한쪽 귀로 꿈이 다 흘러나온 것

틀어놓은 수도꼭지 같은 귀에서 콸콸 다 쏟아진 것 아니겠냐고 했다.

그때 네가 쏟은 꿈이 내 어깨에는 여전히 물 얼룩처럼 묻어 있다.

 

저녁에 나가 보니 문 앞에 고양이가 쓰러져 있었다.

급작스레 고양이의 장례를 치르고, 곧 꺼질 걸 뻔히 알면서도 문 앞에다 양초 한 자루를 밝혀두었다.

달빛이 촛불 주위를 부나비처럼 맴도는 걸

달빛이 눈발처럼 촛불에 달라붙어 타 죽는 걸 보고 들어왔다.

새벽에 나가 보니 간밤에 네가 일으켜 세워놨는지, 촛불이 있던 자리에 눈사람이 서 있었다.

 

마지막 하나 남은 턱걸이를 하듯,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던 겨울의 맨 끝이었다.

내 어깨에 꽃그늘처럼 기대어 잠들기 전 너는, 여생의 봄을 꿈속으로 미리 다 흘려보냈으니, 앞으로는 곧바로 장미가 피고 여름이 올 거라고 했다.

 

봄에 죽은 친구가 이제 별 얘기를 다 한다고, 생각하며 어깨 위를 돌아봤다.

예상치 못한 계절이 정말 오고 있었다.

 

 

 

                       —《문학과 사회》201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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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서울 출생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국경꽃집』 『아무튼 씨 미안해요』 『내가 살아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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