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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19 12:0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922  

의 일요일

 

   김경인

 

 

 

일요일엔 오지 마세요

하얀 빵과 무염 버터, 라즈베리 쨈

이제 다 소용없어요

상자를 묶을 리본 끈은 자려서 영영 묻힌 걸요

 

나는 겨우 터널을 빠져나왔어요

낮게 나는 새떼들이 차례차례 차창에 부딪혀

터진 심장을 허공에 가지런히 눕히는 걸 보면서

 

늙은 거울처럼 몸을 떨면서 내부로 돌아가는

영혼이란 없다는 걸 안 다음에요

 

지워지지 않는 핏자국 같죠

차는 영원히 무겁고 일요일은,

 

나는 사각의 프레임 단단한 창문,

저 언덕 너머에는 하얀 모래의 사막

혹은

죽은 새의 더미들

 

눈동자, 검은 연못에는

얼음이 얼고

 

물경 얼룩 부서지는 소리

터진 심장을 깁는 재봉틀이 돌아가는 소리

사라지는

일요일엔

 

오지 마세요

항아리는 더 깊어져요

그 속에서 앙상해져 등뼈가 다 드러난 슬픔이

웅크려 운다 해도 그 부드러운 물결이

점점 커져 항아리를 깨뜨린다 해도

 

항아리 바닥에 빠져 시간을 사는 사람은

삶도 죽음도 그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칠 테니까요

 

한 사람을 안을 기쁨의 팔을

갖지 못했으니 나는

 

뉘엿뉘엿 저무는 고요를 어깨에 덮고

돌아오는 그림자를 바라보면서

긴 잠을 잘 거예요

 

 

 

                        —《딩아돌하》 2017년 봄호

 

 

kimkyoungin-180.jpg


 

1972년 서울 출생
2001년 《 문예중앙》 등단
시집 『 한밤의 퀄트』『얘들아, 모든 이름을 사랑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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