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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23 10:1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079  

 

빛나는

   

   박현수

 


빛나는 책을 읽는다, 당신들은

무기질 질료로부터 태어나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을 내는 책

흔들리는 지하철 속에

옛 관리의 홀처럼 하나씩 들고 읽는다

거룩한 이론에서부터

가벼운 하소연까지

노랫가락에서 움직이는 그림까지

온갖 유희와 소문들이 화수분처럼 가득한 책

사고전서의 서적을 다 넣어도

오히려 자리가 남는 얇은 책

단 한 권의 책을 읽는다, 당신들은

어른에서부터 아이까지

수불석권手不釋卷, 한 시도 놓지 않는다

 

스스로 전혀 빛나지 않는,

그래서 읽는 이의 내면에서

빛을 낼 수밖에 없는,

이 어두운 책을 들고 지하철 속에 나는 흔들린다

창밖엔 모히칸족의 최후처럼 황혼이 진다

 

—《시와 표현》2016년 11월호 

 

 

박현수.jpg


 

1966년 경상북도 봉화 출생

1992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 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 『위험한 독서

겨울강가에서 예언서를 태우다

39회 젊은 시인상 수상

현재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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