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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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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26 11:1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657  

 

창문 뒤의

 

  이혜미

 

   눈을 감으면 물들이 깨어졌다. 창문을 닫고 흐르는 바깥을 바라보면 병든 마음으로부터 끝없이 풀려나오는 바람의 커튼.  모르는 색으로 멍울지는 세계의 안쪽.

 

   젖은 밤들이 눈가에 길게 눕는다. 몸에도 필요치의 어둠이 있어 우리는 깜빡이는 눈꺼풀로 얼룩들을 필사하는가. 커튼을 내리면 창 사이로 헤아릴 수 없는 글자들이 번져들고.

 

   밤마다 자신 안으로 잠수하려 불을 끄고 이불을 덮는 자여. 일정량의 암흑을 노역하는 이들이여. 빛나기 위해 깨어지는 것들이 낭자한 밤. 감은 눈을 손으로 누르면 밤의 만화경(萬華鏡)이 천천히 돌아간다.

 

   펄럭이던 여름의 창들은 어디로 갔을까. 어둠이 회전하는 몸속으로 잠겨들며, 눈을 감고 더 캄캄한 쪽으로 품을 모은다. 호흡과 호흡 사이, 심장이 물드는 방향으로.

 

 

—시집『뜻밖의 바닐라』(2016)

 

 

 

안양 출생
2006년 중앙신인문학상 당선
2009년 서울문화재단 문예창작기금 수혜
시집으로『보라의 바깥』『뜻밖의 바닐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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