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10-26 11:1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065  

 

창문 뒤의

 

  이혜미

 

   눈을 감으면 물들이 깨어졌다. 창문을 닫고 흐르는 바깥을 바라보면 병든 마음으로부터 끝없이 풀려나오는 바람의 커튼.  모르는 색으로 멍울지는 세계의 안쪽.

 

   젖은 밤들이 눈가에 길게 눕는다. 몸에도 필요치의 어둠이 있어 우리는 깜빡이는 눈꺼풀로 얼룩들을 필사하는가. 커튼을 내리면 창 사이로 헤아릴 수 없는 글자들이 번져들고.

 

   밤마다 자신 안으로 잠수하려 불을 끄고 이불을 덮는 자여. 일정량의 암흑을 노역하는 이들이여. 빛나기 위해 깨어지는 것들이 낭자한 밤. 감은 눈을 손으로 누르면 밤의 만화경(萬華鏡)이 천천히 돌아간다.

 

   펄럭이던 여름의 창들은 어디로 갔을까. 어둠이 회전하는 몸속으로 잠겨들며, 눈을 감고 더 캄캄한 쪽으로 품을 모은다. 호흡과 호흡 사이, 심장이 물드는 방향으로.

 

 

—시집『뜻밖의 바닐라』(2016)

 

 

 

안양 출생
2006년 중앙신인문학상 당선
2009년 서울문화재단 문예창작기금 수혜
시집으로『보라의 바깥』『뜻밖의 바닐라』등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29530
1066 커피 볶는 시간 / 유정이 (1) 관리자 09:50 102
1065 반구대 암각화 / 한국현 (1) 관리자 09:46 72
1064 낙과 / 이덕규 (1) 관리자 11-22 221
1063 시간에 기대어 / 고재종 (1) 관리자 11-22 178
1062 저공비행 / 최형심 관리자 11-21 231
1061 포크송 / 강성은 (1) 관리자 11-21 198
1060 고래가 되는 꿈 / 신동옥 (1) 관리자 11-20 276
1059 야수의 세계 / 서윤후 (1) 관리자 11-20 231
1058 만월 / 송종규 (1) 관리자 11-16 552
1057 흐린 날의 귀가 / 조 은 (1) 관리자 11-16 463
1056 푸르고 창백하고 연약한 / 조용미 (1) 관리자 11-15 472
1055 耳鳴 / 나희덕 (1) 관리자 11-15 435
1054 검은 징소리 / 장옥관 (1) 관리자 11-14 442
1053 모레이가 물고기를 셉니다 / 김지녀 (1) 관리자 11-14 397
1052 발의 본분 / 조경희 (1) 관리자 11-13 494
1051 실내악 / 정재학 (1) 관리자 11-13 408
1050 별이 우리의 가슴을 흐른다면 / 이근화 관리자 11-10 801
1049 바람 조율사 / 김유석 관리자 11-10 604
1048 폭풍 속의 고아들 / 리 산 관리자 11-09 603
1047 구름의 산수 / 강인한 관리자 11-09 641
1046 문장리 / 이상인 관리자 11-08 597
1045 곤계란 / 최금진 관리자 11-08 551
1044 비파나무 / 이경교 관리자 11-07 644
1043 살구나무 당나귀 / 송진권 관리자 11-07 634
1042 계단이 오면 / 심언주 관리자 11-06 663
1041 꼬리 없는 사과 / 이화은 관리자 11-06 634
1040 궁리하는 사람 / 오 은 관리자 11-02 949
1039 당신이라는 의외 / 이용임 관리자 11-02 861
1038 무단횡단 / 이재훈 관리자 11-01 912
1037 무너지는 집 / 김 참 관리자 11-01 792
1036 모르는 사람 / 김나영 관리자 10-31 949
1035 이것이 나의 저녁이라면 / 김행숙 관리자 10-31 900
1034 주남지의 새들 / 배한봉 관리자 10-27 1028
1033 생활세계에서 춘천 가기 / 이장욱 관리자 10-27 893
1032 창문 뒤의 밤 / 이혜미 관리자 10-26 1066
1031 실어失語 / 박지웅 관리자 10-26 921
1030 나무가 오고 있다 / 조정인 관리자 10-24 1186
1029 사이에서 / 한용국 관리자 10-24 1025
1028 빛나는 책 / 박현수 관리자 10-23 1079
1027 이것 / 전동균 관리자 10-23 1029
1026 나비잠 / 문성해 관리자 10-21 1165
1025 수련 물들다 / 유종인 관리자 10-21 1063
1024 미래 상가 / 김상혁 관리자 10-19 1138
1023 비의 일요일 / 김경인 관리자 10-19 1206
1022 붉은빛의 거처 / 이병일 관리자 10-18 1185
1021 어깨로부터 봄까지 / 김중일 관리자 10-18 1134
1020 이마 / 허은실 관리자 10-16 1238
1019 달랑, 달랑달랑 / 최찬용 관리자 10-16 1157
1018 죽음의 춤 / 윤정구 관리자 10-11 1363
1017 담쟁이 / 배영옥 관리자 10-11 1404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