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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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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02 09:3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911  

 

궁리하는 사람

 

   오 은

 

 

이야기가 필요해

사람이 있고 집이 있고

집에는 책이 있고

식탁 위에는

꽃병도 있는 이야기

 

정작 꽃병에 물이 없었다

 

이야기가 났으니 말이지,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지

숨기고 싶고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고

그래도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는 이야기

 

집 안에도, 책 속에도

식탁 위에도

이야기는 무궁무진하지

 

이야기를 바탕으로 꽃은 시들고 있었다

 

암만 씻어도

아무리 청소해도

제아무리 들여다봐도

 

표가 나지 않아서 그렇지

 

이야기를 떠올리다

꽃병에 물을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꽃에 물을 주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이야기

 

오고가야

나누는 것이 되고

담론이 되어 밤을 밝히고

항간에 떠돌며 손상되기도 하다가

 

이야기의 끝에서 기적적으로 만나는 이야기

 

밥때가 되면

식탁 위에서 다시 외로워지는 이야기

운때가 맞지 않아

집 안에서 자취를 감추는 이야기

 

침묵하는 꽃을 핑계 삼아

 

또다시

이야기는 장황해지고

이야기는 쓸데없어지고

이야기는 황당무계해지고

이야기는 거짓말 같아지고

 

꽃병에 물을 채우다

이야기를 꺼낸 사실을 잊고 말았다

 

사람이 있고 집이 있고

집에는 책이 있고

꽃병에 물만 채우면

소문처럼 부풀어 오를 줄 알았던

이야기가

 

말문 밖으로 새어 나가기 시작했다

 

궁리하지 않으면

말하기 전에 벌써 곤궁해졌다

 

 —《현대시》201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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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전북 정읍 출생

2002현대시등단

시집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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