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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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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08 09:2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797  

 

문장리*

 

 이상인

 

사람들은 짧은 문장 안에서 산다.

 

잠시도 문장을 벗어나 본 적 없는 명사들이
서툴게 쓴 문장 길을 어슬렁거리고
문장의 크기만큼 열리는 오일장에는
싸고 풋풋한 언어들이 넉넉하게 팔린다.
몇 대째 한 문장에서 함께 사는 이들
고치고 고쳐도 허술한 생을 베개 삼아
저녁이면 30촉짜리
밝은 주제 하나 켜놓고 잠든다.

 

개구리 떼도 긴 문장 속에서 운다.

 

어쩌다 문장을 펄쩍 뛰쳐나간 놈들은
소문처럼 아침 안개로 떠돈다.
별들마저 새까만 밤하늘의 첫 페이지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으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전설을 수놓는
이 문장 안에서, 문장 사람들은
서로 뜻이 잘 통하는 한 구절 문장일 뿐.

 

부대끼며 힘들게 살다 보면
눈인사만 나누어도 금방 친숙해지듯이
짧고 간결한 내용의 문장들이
다시 태어나고 새롭게 고쳐 쓰이다가
결국은 삶의 비틀린 얼룩 자국처럼
세월의 비누로 깨끗이 지워져가는 것이다.

 

짧고 긴 문장 안에 사는 것들이 많다.

 

 

    * 함평 해보면 문장리文章里

 

 —시집『툭, 건드려주었다』(2016)에서

 

 

 

1961년 전남 담양 출생
1992년 《한국문학》신인작품상으로 등단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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