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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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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09 09:37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74  

 

폭풍 속의 고아들

 

  리산

 

 

불은 흙 속으로 잠기고 흙은 물 속으로 잠기고

물은 공기 속으로 공기는 의식 속으로 잠기고

 

버티재를 지날 때면 네 생각이 날 것이다

 

희게 흐드러진 철쭉꽃 덤불마다 너는 있다

고단한 이마를 기대며 가는 퇴근길 버스 유리창 너머

어두운 제단 저녁이면 내리는 빗속에

무심히 자라는 어린 풀들 끌려나온 마음 속에

낡은 모자 긴 여행으로 함께 나이가 든 산책의 장소들마다

 

작별을 위한 재와 먼지의 음악이 끝나면

붉은 벼랑 끝으로 깊은 잠은 오나

높은 창 안쪽에서 들려오는 죽은 누이를 위한 자장가

먼 바다를 지나는 무연고자들의 불빛

번지는 봄날 황혼에도 네가 울지 않고 견딜 수 있는 건

어디선가 내가 대신 울어주었기 때문이지

 

눈물을 뿌리며 잃어버린 누이

긴 옷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누가 먼 하늘을 날아 간다

 

 

  —《시와 사람》2017년 가을호

 

leesan-140.jpg


 

1966년 서울 출생.
동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과정 졸업
2006년 《시안》 신인상 당선
<센티멘털 노동자동맹> 동인
시집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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