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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10 11:06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03  

 

바람 조율사

 

김유석

 

 

우선,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웅크려

풀이 휘는 반대편의 장력을 익힌다.

중심에서 멀수록 팽팽히 당겨지는 뿌리의 힘을

꽁무니로 빨아들여 체액과 섞는다.

몸통이 부풀고 섬모가 돋는 발에

무엇인가 끈끈하게 만져질 때

 

한 번 디뎌본다. 잎사귀가 휘저은 허공

주르르 내리는 것 같지만

수없이 겹쳐 있는 바람의 나선들에 휘감기는

그곳의 벼랑에서 집 짓는 법을 떠올린다.

 

집은 현장이다. 배고픔과 포획

공것 같은 기다림을 한데 걸어둬야 하는 그곳은

가끔 저조차 헛짚을 만큼 휘청거려야 하므로

바람보다 질기고 유연한

풀잎과 풀잎, 그 흔들림을 얽는다.

 

중심은 늘 움직여야 한다.

흔들림을 따라 이동하는 평형감각을

풀잎을 당겨가며 줄에 입힌 후

말랑한 사각 틀마다 양쪽의 허공을 끼워 넣으면

 

살짝 들춰지는 망사 사이

파닥거리는 바람의 각선

 

저 거미, 지금 바람을 조율하는 중이다.

 

kimyoosuk-140.jpg


 

1960년 전북 김제 출생
전북대 문리대 졸업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  『상처에 대하여』『놀이의 방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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