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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10 11:09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345  

 

이 우리의 가슴을 흐른다면

 

  이근화

 

 

 

날이 흐리다

곧 눈이 흩날릴 것이고

뜨거운 철판 위의 코끼리들처럼 춤을 추겠지

커다랗고 슬픈 눈도 새하얀 눈발도 읽어내기 어렵다

저 너머에만 있다는 코끼리의 무덤처럼 등이 굽은 사람들

 

시곗바늘 위에 야광별을 붙여 놓은 아이는 아직 시간을 모른다

밤과 낮을 모르고

새벽의 한기와 허기를 모른다

잠깐 시간은 반짝였던가

별을 빗겨 부지런한 시간을 바늘이 달린다

 

반짝이는 것에 기대어 말할까

별이 우리의 가슴을 흐른다면 속삭여볼까

 

아직은 잿빛 세상 속에 끼워 넣을 희미한 의미의 갈피를 지니고 있는 존재들*

 

날이 흐리고

눈이 흩날리는 시간은

케이크 위의 설탕과자처럼 부서지거나 녹아내릴 것이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고

어디에나 이를 수 있겠지만

오늘밤 붙박인 사람들은 작은 손을 모은다

물에 잠긴 수도원을 서성이는 발걸음은

무의미하다

최선을 다한 기도처럼

 

차가운 창밖을 부지런히

성의껏 달리는

흰 눈들

 

잿빛 세상을 다독이려는 듯이

눈발이 굵어진다

 

 

  * 권여선,「재」

 

 

   —《현대시학》201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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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
2004년 ≪현대문학≫ 등단
2009  윤동주 젊은 작가상 수상
시집 『칸트의 동물원』『우리들의 진화』『차가운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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