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11-15 10:37
耳鳴 / 나희덕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965  

 

耳鳴

 

   나희덕

 

 

새로운 배후가 생겼다

그들은 전화선 속에서 숨죽여 듣고 있다가

이따금 지직거린다, 부주의하게도

 

그는 엿들으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어쩌면 그는 아주 선량한 얼굴을 지녔을지 모른다

절제된 표정과 어투를 지닌 공무원처럼

경험이 풍부한 외교관처럼

이삿짐센터 직원이나 택배기사처럼

무심한 얼굴로 초인종을 눌렀는지도 모른다

 

문 뒤에 서 있는 투명인간들

주차장 입구에서 현관문 앞에서 복도와 계단에서

우연히 마주친 듯 지나는 낯선 얼굴들

 

개 한 마리가 다가와

마악 내려놓은 쓰레기봉지를 킁킁거리다 사라진다

 

그러나 배후는 배후답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어느 날 귓바퀴를 타고 들어와

잠복 중인 발소리

 

새로운 배후가 생긴 뒤로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귀가 운다

피 흘린다

풀벌레들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운다

한겨울에도 운다

끈질기게 끈질기게 고막을 파고든다

 

쉬잇, 그들이 복도를 지나고 있다

 

 

 —시 전문 계간지《발견》2017년 봄호

 

20070302134806197050752.jpg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뿌리에게』『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사라진 손바닥』 『야생 사과』『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시론집『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산문집『반통의 물』 등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童心初박찬일 17-11-19 15:36
 
많이 읽힌 시이죠.^^
의인화된 귓속의 이명.
즐감하였습니다.(__)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39290
1294 기상예보 / 김백겸 관리자 07-19 110
1293 모란 / 윤진화 관리자 07-19 99
1292 액자 속 액자 / 한정원 관리자 07-17 308
1291 나는 대기가 불안정한 구름 / 장승진 관리자 07-17 224
1290 드레스 코드 / 박종인 관리자 07-16 231
1289 거미박물관 / 박설희 관리자 07-16 202
1288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류미야 관리자 07-13 507
1287 별빛 한 짐 / 이원규 관리자 07-13 429
1286 넙치 / 박성현 관리자 07-12 378
1285 먼지벌레 / 신혜정 관리자 07-12 376
1284 맹점의 각도 / 한성례 관리자 07-11 411
1283 적막 한 채 / 나병춘 관리자 07-11 382
1282 신도. 시도. 모도. / 이 권 관리자 07-10 435
1281 바람의 사어 / 이철우 관리자 07-10 486
1280 안옹근씨를 찾습니다 / 정 호 관리자 07-09 424
1279 풀잎 사랑 / 윤여옥 관리자 07-09 568
1278 푸른 눈썹의 서(書) / 조경희 관리자 07-06 605
1277 배낭이 커야 해 / 박형권 관리자 07-06 541
1276 잘못된 음계 / 하재연 관리자 07-05 601
1275 세상의 중심에 서서 / 이근화 관리자 07-05 615
1274 옷의 감정 / 박춘석 관리자 07-03 794
1273 식물의 꿈 / 이현호 관리자 07-03 698
1272 나무는 나뭇잎이 꾸는 꿈, 나는 네가 꾸는 꿈 / 김중일 관리자 07-02 682
1271 놋쇠황소 / 박지웅 관리자 07-02 573
1270 이토록 적막한 / 전동균 관리자 06-29 856
1269 꽃이 꽃을 건너는 동안 / 조연향 관리자 06-29 894
1268 동안 열풍 / 이동우 관리자 06-26 967
1267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 복효근 관리자 06-26 808
1266 카리카손의 밤에 쓴 엽서 / 박소원 관리자 06-25 830
1265 건전 이발소 / 구광렬 관리자 06-25 810
1264 툭툭 / 박은창 관리자 06-25 848
1263 로사리아 아줌마 / 이시향 관리자 06-22 1036
1262 빈 배로 떠나다 / 이도화 관리자 06-22 1020
1261 그 저녁, 해안가 낡은 주점 / 박승자 관리자 06-21 961
1260 어김없는 낮잠 / 박 강 관리자 06-21 949
1259 이름의 풍장 / 김윤환 관리자 06-20 934
1258 재봉골목 / 최연수 관리자 06-20 903
1257 호피무늬를 마시다 / 진혜진 관리자 06-19 895
1256 물푸레나무도 멍이 들었대요 / 신이림 관리자 06-19 887
1255 엄마가 들어 있다 / 이수익 관리자 06-18 997
1254 업어준다는 것 / 박서영 관리자 06-18 1002
1253 미안해 사랑해 / 신단향 관리자 06-16 1203
1252 펜로즈 삼각형 위에 서다 / 강인한 관리자 06-16 899
1251 사바세계 / 이위발 관리자 06-12 1238
1250 이모 / 고경숙 관리자 06-12 1210
1249 집중 / 서규정 관리자 06-11 1288
1248 앵두나무 소네트 / 신정민 관리자 06-11 1157
1247 바닷가 사진관 / 서동인 관리자 06-05 1691
1246 몸붓 / 안성덕 관리자 06-05 1359
1245 심해어 / 진수미 관리자 05-31 1706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