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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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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16 10:0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706  

 

흐린 날의 귀가

 

  조  은

 

 

친구가 내 집에다

어둠을 벗어 두고 갔다

점등된 등불처럼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어둠이 따라붙지 못한 몸이

가뿐히 언덕을 넘어갔다

 

사는 게 지옥이었다던

그녀의 어둠이 내 눈앞에서

뒤척인다 몸을 일으킨다

긴 팔을 활짝 편다

어둠이 두 팔로 나를 안는다

나는 몸에 닿는 어둠의

갈비뼈를 느낀다

어둠의 심장은 늑골 아래서

내 몸이 오그라들도록

힘차게 뛴다

 

나는 어둠과 자웅동체처럼 붙어

어딘가를 걷는 그녀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경쾌하던 그녀의 발걸음이 느려지고

표정이 바뀐다

나도 한 숨 한 숨 힘겹고

눈앞이 흐려진다

 

—시 전문지《포에트리》2017년 창간호 

 



1960년 안동 출생.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무덤을 맴도는 이유』
『따뜻한 흙』『생의 빛살』.


童心初박찬일 17-11-19 15:27
 
어둠->그늘진 삶의 기억을 말함이겠지요. 이것이 화자의 몸에 붙었다가 마침내는 화자가 되어버린 숨찬 삶의 기억.
미완으로 남겨둔 대답에서 진행형임을 짐작케하는...
즐감하였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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