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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23 09:46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685  

 

반구대 암각화 

 

   한국현

 

 

  낙서를 했다 염소에 대고 염소가 뜯어먹다 가버렸다 나는 여섯 살 낙서를 했다 구름에 대고 구름이 엄마 구름 품속으로 밥 먹으러 가버렸다 나는 일곱 살 나는 여덟 살 늦은 엄마를 기다리며 담에 대고 낙서를 했다 내려놓은 보퉁이처럼 고개 수그린 엄마에게 주인집 아저씨가 마구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나이를 먹었다 나는 마흔 살 낙서를 했다 족보에 대고 늘 집을 비웠던 아버지가 나타나 나를 집어던졌다 울면서 세어보니 나는 백 아흔여덟 살 집을 나가 낙서를 했다 여자의 등에 대고 함께 낙서하던 여자가 낙서를 지운 등을 보이며 가 버렸다 나는 육백 일곱 살 심심해서 몸에다 낙서를 했다 그들이 옷을 벗기더니 낙서를 했다고 마구 때렸다 쓰러져 계속 누워만 있었는데도 나이는 이천 스무 살 낙서를 했다 밖에서는 악어가 내 남은 한쪽 다리를 기다리고 동굴 벽에 고래 한 마리, 고래 두 마리, 고래 열 마리를 그리는 동안 나는 만 이천 살 낙서를 했다

 

 

 

인천 출생. 1998년

《시와 반시》로 등단.

시집 『바다철도 999』

 


童心初박찬일 17-11-23 14:48
 
반구대 암각화는 참 묘해요.
6살 7살 낙서한 그림 같다가도 성스런 의식에 그린 그림으로 보이다가도
그렇게 쌓인 암각화의 나이가 만살이 넘었다지요.
세월의 더께 속에 성숙하지 못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오늘.
그 곳 그시절에는 어떤 모습의 우리가 무엇을 진행하고 있었을까요?
이어진 핏줄이 여기 보고 있는데..(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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