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11-28 09:0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040  

 

혼잣말, 그 다음

 

   함성호

 

 

혼잣말 그 다음—이 도시는

거대한 레코드판이 되었다

어디를 가나 혼잣말이 들려왔다

아파트 단지의 쥐똥나무 울타리를 타고 흐르고

신호를 기다리는 건널목을 가로질러

말하듯 노래하기로 다가오기도 했다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에 호수의 물결이

혼잣말로 들린 것도 그 다음이었다

혼잣말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기도 했고

혼잣말이 사라진 자리를 단풍나무와 사철나무가

실망으로 우거져 내리어 메운 것도 그 다음이었다

 

새벽의 골목에서는 혼잣말의 그림자가

사방에서 포위해 오며 들려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혼잣말의 홈을 따라 도는 바늘 같기도 했다

 

이 도시에 누가 혼잣말을 기록하고 다녔는지

혼잣말은 지하철로에도, 계단에도, 복도에도

유리문의 경첩에서도 투명하게 울려 나왔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혼잣말을

홀로 듣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지만

 

이 미약한 신호를 증폭시키는

내가 미친 것은

혼잣말, 그 다음이었다 

 

 —《포지션》 2017년 가을호

 

IMG_7498-001.jpg


 

 

 

1963년 강원도 속초출생.
강원대 건축과 졸업.
1990년 계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聖 타즈마할』『56억 7천만년의 고독』『너무 아름다운 병』, 『키르티무카』
산문집 『허무의 기록』‘21세기 전망’동인


童心初박찬일 17-12-01 14:00
 
삶과 세상 속에 흩어진 본질은 무엇일까?를 되새김합니다.
레코드 소리나 혼자 듣는 음악 속에 묻힌 나뉘지 못하는 본질은 삶의 무엇이었는가?
어쩌면 시란 것이 이런 본질에 대한 노래들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만..
감사히 읽고 갑니다.(__)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39290
1294 기상예보 / 김백겸 관리자 07-19 110
1293 모란 / 윤진화 관리자 07-19 99
1292 액자 속 액자 / 한정원 관리자 07-17 308
1291 나는 대기가 불안정한 구름 / 장승진 관리자 07-17 224
1290 드레스 코드 / 박종인 관리자 07-16 231
1289 거미박물관 / 박설희 관리자 07-16 202
1288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류미야 관리자 07-13 507
1287 별빛 한 짐 / 이원규 관리자 07-13 429
1286 넙치 / 박성현 관리자 07-12 378
1285 먼지벌레 / 신혜정 관리자 07-12 376
1284 맹점의 각도 / 한성례 관리자 07-11 411
1283 적막 한 채 / 나병춘 관리자 07-11 382
1282 신도. 시도. 모도. / 이 권 관리자 07-10 435
1281 바람의 사어 / 이철우 관리자 07-10 486
1280 안옹근씨를 찾습니다 / 정 호 관리자 07-09 424
1279 풀잎 사랑 / 윤여옥 관리자 07-09 568
1278 푸른 눈썹의 서(書) / 조경희 관리자 07-06 605
1277 배낭이 커야 해 / 박형권 관리자 07-06 541
1276 잘못된 음계 / 하재연 관리자 07-05 601
1275 세상의 중심에 서서 / 이근화 관리자 07-05 615
1274 옷의 감정 / 박춘석 관리자 07-03 794
1273 식물의 꿈 / 이현호 관리자 07-03 698
1272 나무는 나뭇잎이 꾸는 꿈, 나는 네가 꾸는 꿈 / 김중일 관리자 07-02 682
1271 놋쇠황소 / 박지웅 관리자 07-02 573
1270 이토록 적막한 / 전동균 관리자 06-29 856
1269 꽃이 꽃을 건너는 동안 / 조연향 관리자 06-29 894
1268 동안 열풍 / 이동우 관리자 06-26 967
1267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 복효근 관리자 06-26 808
1266 카리카손의 밤에 쓴 엽서 / 박소원 관리자 06-25 830
1265 건전 이발소 / 구광렬 관리자 06-25 810
1264 툭툭 / 박은창 관리자 06-25 848
1263 로사리아 아줌마 / 이시향 관리자 06-22 1036
1262 빈 배로 떠나다 / 이도화 관리자 06-22 1020
1261 그 저녁, 해안가 낡은 주점 / 박승자 관리자 06-21 961
1260 어김없는 낮잠 / 박 강 관리자 06-21 949
1259 이름의 풍장 / 김윤환 관리자 06-20 934
1258 재봉골목 / 최연수 관리자 06-20 903
1257 호피무늬를 마시다 / 진혜진 관리자 06-19 895
1256 물푸레나무도 멍이 들었대요 / 신이림 관리자 06-19 887
1255 엄마가 들어 있다 / 이수익 관리자 06-18 997
1254 업어준다는 것 / 박서영 관리자 06-18 1002
1253 미안해 사랑해 / 신단향 관리자 06-16 1203
1252 펜로즈 삼각형 위에 서다 / 강인한 관리자 06-16 899
1251 사바세계 / 이위발 관리자 06-12 1238
1250 이모 / 고경숙 관리자 06-12 1210
1249 집중 / 서규정 관리자 06-11 1288
1248 앵두나무 소네트 / 신정민 관리자 06-11 1157
1247 바닷가 사진관 / 서동인 관리자 06-05 1691
1246 몸붓 / 안성덕 관리자 06-05 1359
1245 심해어 / 진수미 관리자 05-31 1706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