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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30 09:47
분홍에 가시가 자란다 / 정재분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742  

 

분홍에 가시가 자란다

 

      정재분

 

 

   분명한 것은 분홍을 추종했다는 것 당신은 모르실 거야 분홍이 사로잡는 힘을 아 그리운 분홍! 분홍에게는 도파민이 있어요 두 번째 심장은 피를 되돌려 보내지 않습니다 도파민이 필요해요 알고 있어요 젊음은 분홍의 자녀가 아니라는 걸 꽃다발을 바치고 무릎을 꿇어야만 하니까요

 

   한여름 분홍에선 가시가 자란다 팩트는 인화물질 머리가 뜨겁다 머리에 붙은 불이 가슴으로 번지고 늑골에 숨은 사람에게서 하얀 입김이 피어오른다

 

   분홍은 하품을 잘한다 목젖이 보이도록 입을 벌리는 오후 4시 그림자 살이 올라 무거워지는 동쪽 루비콘 강의 기억은 이제 쉬어도 좋으련만 분홍의 출입금지는 오래된 터부, 난감한 조항이 적힌 페이지 아직 펼쳐져 있다

 

   뱀은 사랑 없이도 알을 낳고 잡초더미에서 익어 가는 열매들 건드리지 않아도 맹렬하게 퍼지는 씨앗, 그 열렬함에 저장된 분홍 언젠가 미쳐버릴 우리들의 계절

 

 

  —《시로 여는 세상》 2017년 가을호

 

 

2005년 계간《시안》등단
시집으로 『그대를 듣는다』

산문집『침묵을 엿듣다』.등


童心初박찬일 17-12-01 13:55
 
빨강이라 읽지 않고 분홍이라 읽는
지나간 분홍의 매력을 바라보며 잠재된 에너지로 읽는
화자의 조곤한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습니다.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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